“아파트로 이사 갈까?” “왜요?” 이사를 고민하는 부모가 유치원 아이를 설득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가족 구성원의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부모의 판단 때문이다. 한낱 가정사도 설득과 공감이 필요한데 정작 백년지대계라는 입시정책은 매년 널뛰기식으로 우왕좌왕할 뿐 설득력이 없다. 과학과 논리의 결여 때문이다. 더욱 큰 걱정은 정권이 바뀌면 다시 개편될 것이라는 국민의 생각이다.
지난주 대학입시 개편안이 발표됐다. 정시를 40%까지 확대하고 비교과 과정은 평가하지 말라는 교육부 지시다. 시회 배려 대상자 선발도 10%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의 투명성 강화 등 긍정 변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과학과 논리에 근거하기보다 이념과 사건이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문제다.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수시 입시가 부정을 유발한다고 판단, 정시 비율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논리다. 과연 정시 비율을 13% 늘리면 부정이 근절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좁아진 문 때문에 일부 부모의 극성이 더욱 활개칠 것이기 때문이다. 정시 확대는 정부가 그토록 우려하는 사교육을 조장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수시와 정시의 장단점을 충분히 비교했다면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개편으로 부정 입학 위협이 얼마나 근절되는지, 사교육 증가 우려는 없는지, 학부모의 입시 준비 부담은 가중 또는 감소되는지 등 논의된 데이터와 결과로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오라고 우기는 정부는 예의가 없다. 특히 재정 지원 사업을 빌미로 대학의 목을 죄는 방식은 민주화 이전에 만연하던 독재 행태임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나칠 정도로 입시가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선도해 왔다. 체력장 시험 때문에 운동장에서 철봉에 매달려 시간을 보냈고, 음악과 미술이 중요 과목인 적도 있었다. 입시에 포함되는 과목만이 관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자기소개서 폐지로 수상 경력이나 봉사활동 등 비교과 과정 활동도 기재할 수 없다고 한다. 깜깜이 평가와 함께 학교에서의 맞춤형 교육 및 인성교육 부실이 우려된다. 다양한 교육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과도 역행한다. 당장의 부정이 두려워서 교사 추천서를 폐지하는 옹졸함도 문제다. 기재된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고, 작은 오류도 불합격 처리하는 엄격함을 담보하지 못하는 면피용 정책이다.
사회통합 전형에도 모순이 있다. 대학에 입학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그릇된 관념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입학 후 그들의 일상을 배려할 수 없다면 오히려 미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입학제도만의 변화는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다. 사회 약자를 배려한 대학 시설과 교육 과정을 점검하고, 정부가 우선 지원해야 한다.
교육에서 제도 혁신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작을 경험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고개를 끄덕이는 힘없는 부모들을 위해서라도 먼저 공교육을 개선하고 일부 부정까지도 억제하는 엄격한 입시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다양한 학교 교육에 충실하면 대학 입학이 보장되는 시대를 열려면 변화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정치 지도자의 한마디에 의해 교육정책이 소용돌이치는 경우는 확실히 경계해야 한다. 역사 속에 오점만 남기고 사라진 사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교육정책은 정권과 독립해서 전문가들에 의해 한 방향으로 계속 진화해야 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