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된 것과 관련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비쟁점법안, 내년도 예산안 등에 대해 신속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대 국회는 파행으로 일관했다”며 “입법과 예산의 결실을 거둬야 할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며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오히려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국민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 등의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여러번 약속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 등으로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민식이법'을 비롯한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멈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3법' 등 주요 경제 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여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루속히 처리해 국민이 걱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로 돌아와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쟁점 없는 법안들 조차 정쟁과 연계시키는 정치문화는 이제 제발 그만 두었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 예산안 처리도 당부했다. 이날은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기한을 넘기게 되었다”며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위법을 반복하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처리가 늦어지면 적시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며 “대내외적 도전을 이겨나가는데 힘을 보태고, 국민과 기업의 경제심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기회복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예산안 처리에 국회가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10개국 정상들과 밀착 외교를 통해 거둔 성과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은 단순한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친구이고 상생번영의 파트너”라며 “앞으로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신남방정책을 더욱 성숙시키는 한편 신남방, 신북방정책의 두 축을 함께 발전시켜나갈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