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자신의 임기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전날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받아들이고 임기를 마무리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며 “오늘 의총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한국당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월권' 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원내대표의 선출과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은 최고위가 아니라 의원총회에 있다는 주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자유한국당 승리를 위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날 의총에서는 최고위 결정이 월권이라는 강한 지적이 있었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에서 “원내대표 연임이나 경선은 의총에 권한이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던 김세연 의원은 전자신문과 만나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 대표가 하라는 것이지, 원내대표 재신임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 임기를 국회가 아닌 청와대가 간섭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당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최고위 의결에 유감”이라며 “의총의 고유권한을 최고위가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문제를 넘어 차기 원내대표 위상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당헌·당규에 원내대표의 임·면과 임기문제는 오로지 의총에 그 권한이 있음을 명문화 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홍일표 의원도 당내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내대표의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총에 있다”며 “의총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서 임기연장을 불허한다며 신임 원내대표의 선거 공고를 하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회의를 마치고 국회에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방문해 면담했다.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앞으로도 당을 살리는 데 힘을 합하자”고 말했다.
취재진이 최고위가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불허할 권한이 없다는 당규 해석을 묻자 “어제 여러가지 의견들을 당 조직국에서 법률 판단했고, 그것에 따라서 저도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중진 의원은 “임기 연장 불허 권한 해석은 조직국이 아닌 기조국에서 해야 한다. 기조국에서 당규를 황 대표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것을 거부해 조직국이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