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구환경을 고려한 전력기술 '파워 클리닉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장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장

'4차 산업혁명'은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주창한 용어이다. 이후 세계 산·학·연 과학기술인들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기술을 제시하며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선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일반 시민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1784년 1차 산업혁명 시작 이후 4차 산업혁명 용어가 나오기까지 빠르게 발전해 온 기술이 우리의 삶을 매우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전기와 석유 등장으로 촉발된 2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물품을 대량 생산했고, 정보화시대인 3차 산업혁명은 기존 아날로그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생산성 혁신은 물론 업무 자동화 등 산업과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왔다.

여기에 IoT, 빅데이터, AI 등의 첨단 기술을 더한 초연결망으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산업과 사회 전반이 고도화되는 세상을 4차 산업혁명 시대라 부른다.

그렇다면 첨단 기술은 지구촌 환경 문제에도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가. 선뜻 떠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확신에 찬 해법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환경오염 문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1차 산업혁명부터 4차 산업혁명까지 지구 환경오염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계속 커져 왔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늘 부족했다. 물질의 편의성을 최고 가치로 삼아 양 많고 값 싸고 신속한 생산에 주목했을 뿐 그 이면에서 희생하는 환경에 대한 고려는 사실상 없었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난화, 대기오염, 바다를 점령한 플라스틱 쓰레기 등은 현실로 나타난 심각한 문제다.

환경오염은 급격한 기후 변화를 일으켜 전기 계통과 전력 공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물 부족과 풍속 변화로 수력과 풍력 발전량은 감소한다. 기온 상승은 송전 손실을 높이고 변전소 유효 용량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신재생에너지, 이산화탄소 저감, 친환경 자율 전기차 등에 AI·IoT·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해결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지구 환경을 고려한 꾸준한 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의 빠른 적용에만 치우치면 오히려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예컨대 태양광 모듈 제조에서 사용 후 폐기까지 납, 비소 등 유해물질 배출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환경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환경 위기시각'은 0~3시 '좋음', 3~6시 '보통', 6~9시 '나쁨', 9~12시 '위험'을 나타낸다. 12시는 '인류 생존의 최후'의 인류 멸망 시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9시 46분으로 '위험'을 나타내고, 멸망의 시간에 근접해 있다.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 기술을 적용할 때는 이면의 부작용까지 고려한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은 결국 우리 전기전력 분야 전문가들에게 달렸다.

필자는 전기전력 기술에 환경 기술을 융합한 청정 전력 '파워 클리닉스'를 친환경 전기전력 기술 확대의 키워드로 제시한다.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핵심 주체 가운데 하나가 '전기'였고, 전기 분야 과학기술인이었다.

사실 그동안 열린 국내외 여러 전기기술 분야 학술대회와 전시회는 대부분 첨단 기술 개발 성과에 치중했다. 환경을 고려한 기술 개발과 적용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라도 더 많은 전기전력 전문가와 단체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쏟고, '기술 고도화'를 넘어 '기술 부작용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파워 클리닉스'는 더 가볍고 얇고 높고 빠르고 작고 강한 '효율성 중심 연구'에서 기술과 제품의 '효과성 우선 연구'로 전기전력 연구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연이 준 아름답고 유용한 빛을 우리는 빵과 돈을 위해 회색빛으로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자.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장 ghchoe@k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