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안)'(R&D특별법) 입법이 지지부진하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해 말 발의 후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입법 공청회를 거친 것이 전부다. 물리적 절차만 밟았을 뿐 여야 논의는 된 적조차 없다.
법안 처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최대 현안이다. 현 정부가 내건 '연구자 중심의 연구 환경 조성'에 필요한 기반 법이다. 특별법은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연구개발(R&D) 혁신 근거를 담았다. 범 부처 차원의 R&D 규정을 통합하고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
여야 이견은 없다. 쟁점 법안으로 분리돼 각 당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상황이 아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진작 처리됐어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오로지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 탓에 입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R&D 분야 혁신을 주도할 주요 법안이 논의조차 안 되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입법 작업이 멈추면서 당연히 R&D 시스템 혁신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까지 기존 20개 과제지원시스템을 단일 지원시스템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법안에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운영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 관련 근거가 담겨 있다.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통합정보시스템 구축도 그만큼 미뤄진다.
과기혁신본부는 현재 범 부처 R&D 규정으로 통용되는 공동관리규정 훈령 개정 등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됐다면 하지 않아도 될 작업이다.
처리 여부, 시기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꼬여 있는 국회 때문이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쌓인 법안이 많다”면서 “국회 일정이 어떻게 풀릴지 두고 봐야 한다”고 반응했다. 큰 관심은 없어 보였다.
과기혁신본부가 국회 동향을 살피며 노심초사하는 상황을 떠올리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국회가 R&D 혁신에 의지가 있다면 매년 국정감사 때 앵무새처럼 같은 소리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먼저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