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사 지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사실상 외부에 무료로 푼다. 구글은 물론 국내 경쟁사에 비해서도 최고 수준의 혜택을 외부 업체에 제공한다. 국내 모빌리티 및 위치 기반 서비스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자사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네이버는 새해 1월부터 네이버 맵스(Maps) API를 '상시 무료'로 개방한다고 11일 밝혔다. 네이버 맵스 API를 제공하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1년 동안 고객의 관심과 적극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내년부터 주요 서비스를 상시 무료 제공하기로 정책 변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2018년 11월 맵스 API 기능을 강화하며 유료 과금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올 연말까지 한시 할인 프로모션을 거쳐 새해 1월부터 과금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네이버는 외부 업체가 위치·이동 관련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네이버 지도 서비스를 API와 SDK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용 업체는 네이버 지도를 활용해 간단한 약도부터 주변 맛집이나 유명 관광지 등 정보를 지도 위에 표현할 수 있다. 서울시, 배달의민족, 타다 등이 네이버 지도 API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정책 변경으로 대부분 업체는 네이버 지도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줌인, 줌아웃, 돌려보기, 상호작용이 가능한 다이내믹맵은 웹 접속 시 월 무료 제공량을 600만건에서 1000만건으로 늘렸다. 모바일 다이내믹맵은 아예 이용 한도 제한을 두지 않고 무한 제공한다.
네이버 지도 무료 개방은 모빌리티, 위치 기반 서비스에서 토종 기업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이보다 앞서 지도 API를 개방한 카카오에 비해서도 무과금 기준을 높였다. 카카오는 일 30만건 이상 API 호출(웹·모바일 각각)을 무료로 제공한다. 업체가 이 기준을 넘기면 카카오와 별도 제휴를 맺어야 한다.
글로벌 업체와 비교하면 공짜 수준이다. 구글은 2018년 하반기부터 지도 API를 유료화했다. 월 200달러 상당의 무료 크레딧을 소진하면 유료로 전환된다. 월 API 호출이 150만건이라면 4500달러 수준이 과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내년 지도 API 무료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한편 네이버의 다양한 AI 인프라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 정보기술(IT)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최근 지도 분야 비즈니스와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실내외에 정밀 지도를 구축, 자율주행 완성도와 실내 로봇 활용이 가능한 일명 'A시티' 구축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지도 API 무상 제공은 모빌리티, 위치 기반 서비스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