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무역 갈등과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침체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출을 이끌어 온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 산업이 부진을 보이고 석유화학·철강·조선업은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책·민간 경제연구기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에도 국내외 경제 모두 미미한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대부분의 산업 경기는 불황 국면을 탈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상황에서 주력 산업의 고부가 가치화에 집중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녹색산업, 신소재·나노, 바이오·의료 등 신성장 동력을 최대한 빨리 발굴해야 한다. 미래형 자동차·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제품군은 현재 시장 형성 초기 단계다. 그러나 이른 시일 안으로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신체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현재 건강 상태 점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방, 소방 등 고위험 환경용 의복에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분야 가운데에서 가장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자동차 부문의 기술 발전은 ICT와 융합된 기술 또는 신재생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 쪽으로 진화한다.
새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우리 주력 산업이 국제표준에도 대응해야 한다. 기술이 서로 융합해서 새 제품으로 창조되는 시대에는 새 표준과 함께 새 인증이 등장한다. 앞에서 열거한 미래형 자동차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과 같은 산업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함께 표준 선점이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기술이 융합화되는 현대 시대에서는 신제품 개발과 수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표준·품질·인증 업무에 통달해야 한다.
표준은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에서 표준 제정 및 적합성 평가와 연관된 정보 지식은 기업 직무에 필수 요소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 회장은 2016년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의제로 설정했다. 이후 4차 산업혁명이 각 영역에 주요 화두로 불어닥쳤다.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가 대응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투자 재원 확대, 시장 진출에 장애가 되는 규제 개혁 등이 있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표준 선점이다.
이제는 기업의 자체 기술 개발 성과만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세계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 등 관련 기관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장기 협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표준화 역량 향상을 위한 정부 전략과 제도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기업은 표준의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표준경영 전략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연구기관, 협회, 학회에서는 표준 실태 조사를 벌여 표준화 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국가기술은행(NTB)에 등록된 연구개발(R&D) 산출물 가운데 국제표준이 가능한 잠재 기술을 발굴해 표준 아이템을 도출한 후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기술은행에 등록된 기술 가운데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분야와 부품·소재 분야에서 표준이 필요한 아이템을 찾아내고, 국가·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것을 돕고 있다. 정부는 국가 재정으로 지원되는 표준기술력향상사업, 국가 연구개발(R&D) 가운데 표준 연계 과제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도 사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표준화 종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표준협회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10대 분야에서 NTB 기반 표준화 수요 발굴과 규제 동향 조사·분석, 국제 표준 제정 지원 등 업무를 수행할 표준화 컨설턴트 교육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이 정부와 협회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서 4차 산업혁명을 현명하게 맞길 바란다.
이재학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jhlee@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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