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한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9월11일 이후 1년3개월만이다. 북미 간 설전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이라 접견 결과가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15일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해외 출장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대신해 조세영 제1차관을 이날 예방하고 다음날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과 접견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설정한 '연말시한'을 앞둔 시점에서 접견이 이뤄지는 만큼, 북미 대화 재개를 비롯한 한반도 긴장고조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대북 메시지를 가져왔을 지도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문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를 요청하고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대화 모멘텀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현재 북미는 지난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6월 말 깜짝 판문점 회동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10개월 가까이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잇단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징후까지 포착되고 있어, 양국간 설전이 이어지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비건 대표와의 접견을 북한과 미국 양측에 대화를 통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에 대한 언급도 있을지 관심사다. 올해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17∼18일 서울에서 열린다. 회의 하루 전날 비건 대표와 접견을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우리측 의견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