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전자 회사다. 한때 세계 전자 시장을 장악한 일본 기업들을 모두 제쳤다. TV는 물론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50년 전 삼성전자가 출범할 당시에는 일본에 뒤처져 있었다. 일본 기업과 협력하며 벤치마킹했다. 마침내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을 앞섰다.
저가·신흥 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중국산 스마트폰 브랜드는 삼성전자 추격이 지상 목표다.
디자인은 물론 주요 스펙과 사용자환경(UI)까지 베끼고 있다. 중국 특유의 물량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5세대(5G)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놓았다.
물론 C-브랜드로 통칭되는 중국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원플러스에 대한 경계령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뿐일까. 한 걸음 뒤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담당하며 대량 생산을 뒷받침하고 있는 중국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 생태계 역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휴대폰 ODM 방식 업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2000만대에 이른다. 1위 업체인 윙테크의 연간 출하량은 9030만대다.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상하이, 선전, 시안 등지에 연구개발(R&D)센터를 마련했다. NXP에서 분사한 글로벌 반도체 전문회사 넥스페리아를 인수했고, 자체 5G칩과 스마트폰 개발 역량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새해 중저가 모델 중심으로 중국 ODM 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위탁 생산 업체는 다름 아닌 윙테크와 화친이다. 국내 부품 협력사 등과의 상생을 고려, 합작개발생산(JDM) 방식 비중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저가 모델 ODM 방식으로의 전환은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다. 다만 몸집을 키워 가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ODM 방식 업체로부터 과거의 '삼성전자' 모습이 엿보이는 게 단지 기우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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