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플러스]AI 양자컴퓨터란

IBM 양자컴퓨터 Q
IBM 양자컴퓨터 Q

인공지능(AI)은 빠른 연산 능력에 좌우된다. AI 고도화를 위해 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존 컴퓨터는 기술 한계에 도전받고 AI 머신러닝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냈다. 세계 각국은 양자컴퓨터로 현존 컴퓨터를 대체하려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직면했다. 컴퓨터 연산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논리회로 양을 늘려야 하며, 이는 반도체 칩에 보다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해야 함을 의미한다.

1971년 인텔 프로세서에 사용된 트랜지스터는 2300개였지만 2016년에는 32억개로 늘었다. 한정된 면적에 보다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느라 원자 크기로 축소, 이른바 '터널 현상'을 초래했다. 전자가 회로를 따라 흐르지 않고 회로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전류 제어가 곤란해졌다. 연산능력 확대를 위해서는 프로세서 양을 늘려야 했지만 이는 과도한 전력 소모를 초래했다.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는 축구장 절반을 차지하며 연간 3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소모한다.

머신러닝에서도 현존 컴퓨터는 한계를 드러낸다. AI 핵심 기술인 머신러닝은 인간이 명확히 프로그램을 설정하지 않아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머신러닝에는 크게 정답을 주고 학습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과 정답을 주지 않고 분석하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를 수행하는 데는 분류되지 않은 많은 데이터가 제공되므로 계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

현존 컴퓨터 한계를 극복하고 AI 성능을 위해 '궁극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가 기대를 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현존 컴퓨터 대비 에너지 소모량이 500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계산능력은 뛰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양자컴퓨터는 디지털 0과 1을 동시에 표현하는 '중첩' 원리와 양자의 동시 움직임을 의미하는 '얽힘' 성질을 이용해 병렬처리가 가능하다. 현존 컴퓨터에서는 0과 1을 순차 계산해야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한 번에 0과 1을 계산할 수 있으며 그 수는 이론적으로 무한히 늘릴 수 있다. 콩을 골라내는 작업에 비유하면 현존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콩을 한 개씩 집어내는 동안 양자컴퓨터는 큰 채로 치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집어내는 속도가 빨라도 채로 치는 것보다 빠를 수는 없다. 물론 현존 컴퓨터에서도 병렬처리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여러 대를 한 몸처럼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거대한 슈퍼컴퓨터 수백 대를 연결할 때 필요한 노력을 생각한다면 양자컴퓨터 우월성을 확인해줄 뿐이다.


양자컴퓨터가 주목을 받은 계기는 유용한 알고리즘이 발견된 덕분이다. 1994년 벨연구소의 피터 쇼어는 양자컴퓨터로 소인수 분해를 해치우는 '양자 연산 알고리즘'을 개발해냈고, 이는 양자컴퓨터 유용성을 증명하는 명백한 사례다.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며 양자비트(큐비트)를 자유롭게 다루고, AI를 위한 알고리즘이 개발된다면 양자컴퓨터는 AI 성능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이 양자우위 달성에 사용한 양자컴퓨터와 시카모어 칩. 양자우위란 양자컴퓨터 성능이 현존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구글이 양자우위 달성에 사용한 양자컴퓨터와 시카모어 칩. 양자우위란 양자컴퓨터 성능이 현존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