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정세균 전 의장 총리 후보자로 지명…"민생·경제 성과 낼 적임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춘추관에서 차기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춘추관에서 차기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총리 후보자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정 후보자는 지명 후 “국회와 정부 사이 소통을 강화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상 최초 국회의장 출신 총리 발탁이다. 문 대통령이 각종 논란에도 '경제통'인 정 전 의장을 낙점한 데는 집권 후반기 경제·민생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을 직접 찾아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 내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며 총리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는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6선의 국회의원으로서 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춘 분”이라고 평가했다.

정세균?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정세균?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정 후보자는 1950년생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쌍용그룹 상무를 지낸 뒤 정계에 뛰어들었다. 입법부 수장인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까지 지낸 6선 의원이다. 전북에서 4선을 한 뒤 19~20대 총선에서는 정치 일번지인 종로에서 당선됐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 장관직을 맡았다.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운영위원장,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상임위에서 활동했다.

국회의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했다. 사상 처음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의사봉을 잡은 입법부 수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설치를 주도하는 등 혁신 성장에도 노력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 출신을 행정부 2인자로 발탁한 것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입법부 수장을 지낸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과 대화하고 성찰하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총리직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혁신 성장 등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총리 인선을 계기로 임기 후반기 '경제 챙기기'를 강조하는 한편 통합과 협치를 통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2년 6개월 이상 재임하며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동의가 마무리되는대로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한 뒤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당내 입지를 다진 뒤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에 대해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