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오픈뱅킹 본사업을 앞두고 상호금융(특수기관) 농협중앙회 소속 농·축협 지역조합 계좌를 보유한 고객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전면 손질했다.
이른바 '우회 오픈뱅킹 지원'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단위농협 이용자도 타행 출금, 조회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오픈뱅킹 이용관련 금융정보분석원 답변서](https://img.etnews.com/photonews/1912/1254048_20191217182406_159_0001.jpg)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상호금융 이용자도 NH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오픈뱅킹 서비스를 은행과 핀테크 업체로 국한했다. 은행이 아닌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제2금융사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정부가 제시한 오픈뱅킹 운영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오픈뱅킹 운영 규정에 따르면 오픈뱅킹 이용 대상은 '오픈뱅킹 공동 업무 제공자 역할을 수행하는 참가 금융회사'로 한정시켰다. 오픈뱅킹 시스템 전환에 소요되는 운영비용을 내는 은행만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협 상호금융은 참가사에서 제외됐고, 상호금융 계좌 보유 고객은 오픈뱅킹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농·축협 3000만 고객은 연말부터 오픈뱅킹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본지 기사가 나간 후 농협과 금융 당국, 금융결제원 등이 농·축협 계좌 보유 고객도 농협은행 고객과 동일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본지 8월 23일자 3면 참조>
금융정보원도 우회 송금(이체)과 고객확인의무적용에 대해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오픈뱅킹 이용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금결원 관계자는 “농협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단위농협 이용자가 오픈뱅킹을 통해 타행 출금을 하면 그 돈이 농협은행 법인계좌를 통해 들어오고, 그 자금을 다시 농·축협 계좌로 보내는 우회 오픈뱅킹을 허용키로 했다”면서 “다만 농·축협 계좌를 오픈뱅킹 계좌로 등록하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농협은행이 편법으로 단위농협 계좌로도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농협의 뱅킹 앱은 세 가지다. 단위농협 계좌만 이용할 수 있는 콕뱅크, 농협은행 계좌만 이용할 수 있는 올원뱅크, 단위농협과 농협은행 계좌 둘 다 이용 가능한 NH스마트뱅킹이다.
콕뱅크와 올원뱅크에서는 단위농협계좌 오픈뱅킹 이용이 불가능했지만 NH스마트뱅킹에서는 타행 출금 등이 가능하다. NH스마트뱅킹은 농협의 특성상 은행과 상호금융 고객이 스마트뱅킹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NH스마트뱅킹 앱에서 농축협 계좌를 통해 타은행 출금이 가능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912/1254048_20191217182406_159_0002.jpg)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 계좌가 없어도 은행에 고객 정보(CMS정보 등)만 보유하면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면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픈뱅킹 서비스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서비스 개편 취지를 밝혔다.
상호금융 계좌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농협은행 특정업무를 이용하기 위한 고객정보가 등록돼 있는 약 3000만명에 이르는 상호금융 이용자도 순차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일부 은행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은행을 대상으로 분담금을 받고 오픈뱅킹을 허용해 놓고서 단위농협에 오픈뱅킹을 아무런 여과 없이 허용해 주는 건 형평성이 다소 결여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상반기에 상호금융 기관 대상으로 오픈뱅킹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상호금융인 농협에 무임승차를 허용했다는 비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NH농협은행만 오픈뱅킹에 참가 기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농·축협 고객이 NH스마트뱅킹을 통해 오픈뱅킹을 우회적으로 이용하게 한 것은 오픈뱅킹공동업무 이용약관을 위배한 것”이라면서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특급법과 금융실명법 관련 의견 받은 내용을 오픈뱅킹과 무리하게 연결해 받은 꼼수”라면서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 자체를 기만하는 반칙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표]농협 뱅킹 앱 이용자 현황(추정치)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