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TV 판매량과 관련해 업계에 정설처럼 통하는 이야기로 '짝수해 효과'가 있다. 짝수해 판매량이 홀수해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짝수해 효과는 근거가 있다. 바로 짝수해에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2년과 4년 주기로 반복되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TV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 짝수해 효과는 TV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 감자 스낵 업체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짝수해 매출이 평균 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을 시청하며 맥주를 마실 때 안주로 감자칩을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항공 시장도 짝수해에 매출이 늘어난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직접 경기를 보고 응원하려는 스포츠 팬들의 이동이 크게 늘기 때문으로 보인다.
TV 시장도 짝수해에 판매량이 늘어난다. 스포츠 경기를 더욱 생생하게 시청하려는 소비자들의 요구로 인해 TV 판매가 호황을 보인다. 과거 TV 판매량을 봐도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해에는 TV 판매량이 늘었다. 세계 TV 시장이 2015년부터 3년간 감소세가 이어졌는데,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던 2018년에는 2% 성장하며 반등했다. 다만 2016년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렸음에도 글로벌 TV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전년보다 판매량이 줄었다.
새해인 2020년에도 도쿄 올림픽, 2020 유로컵, 2020 코파 아메리카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 업계는 스포츠 이벤트 효과로 판매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대회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전망치도 업계 기대에 부합한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TV 판매량이 2억2035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2020년에는 2억2753만대로 올해보다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올림픽은 처음으로 8K로 중계하면서 8K TV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제조사는 물론이고 빅카메라 등 대형 가전유통 업체들까지 8K TV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가전 매장에 가보면 입구에 들어서서 바로 보이는 곳에 8K TV를 배치하는 등 강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면서 “8K TV 분위기 붐업은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고 말했다.
내년 6월에 유럽과 남미에서 각각 열리는 축구대회도 TV 시장에 큰 호재다. 유럽에서는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인 'UEFA 유로 2020'이, 남미에서는 남미월드컵으로 불리는 '코파 아메리카 2020'이 열린다. 두 대륙 모두 축구 열기가 엄청나기 때문에 대형 TV 판매량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TV 제조사들은 축구 시청에 특화한 모드 등을 탑재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