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미국 오바마정부는 민관학이 참여하는 대통령주도의 '선진제조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기존산업을 디지털로 신속히 전환해 혁신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후 2012년 3월 '빅데이터 이니셔티브' 정책을 추진하여 정부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창업, 혁신을 촉진해왔다. 독일정부는 2010년 '하이테크2020' 전략, 2011년 '인더스트리4.0', 2014년 '신하이테크전략'을 지속해 국가산업을 디지털로 혁신해왔다. 일본은 2013년 '세계최첨단 IT국가 구축'을 선언하고, 2015년 '로봇신전략' '일본재흥전략', 2016년 국가혁신프로젝트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을 천명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중국은 2015년 전인대에서 '중국제조 2025' '인터넷+'전략을 발표하고 디지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거침없이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
선진국(산업적으로는 경쟁국)들이 디지털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4대강 국가사업'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등으로 국력을 소진했다. 기존 국가기간산업들에 대한 디지털혁신을 국가정책으로 강력 추진했어야 했는데 황금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 기간 동안 KT는 어떤 위상과 역할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었는가? 국가기관, 공기업, 민영화로 변신을 거듭해 왔지만 KT는 여전히 '국가기간통신망사업자'로 역할과 소명이 있다. 단순 통신서비스만 취급하는 기업이 아니라 58개 계열사에 통합매출 30조원에 달하는 거대 종합통신미디어그룹이다.
그러나 결론만 먼저 말하면, KT는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과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심각히 잃어왔다. 이 시기의 KT 최고 리더들은 국민과 고객에 대한 책임성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에게 실망을 안기고, 언론과 외부의 비난을 받아왔다. 전임 최고경영자들은 부동산 매각, 국가 위성매각, 개인정보 유출, 정치자금 위반, 아현화재로 KT가 언론과 국민들에게 비난받게 했다. 더욱이 KT를 통신서비스기업에서 디지털혁신, 4차 산업혁명 선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였다는 평가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통 큰 투자를 하기 보다는 단말기(KT테크), 단말기유통(KTM&S), 콘텐츠(싸이더스FNH,나스미디어 등), 음악(KT뮤직), 교육용콘텐츠(KT에듀아이, OIC), 금융(비시카드, KT캐피털, 스마트로), (KT링커스), 보안서비스(KT텔레캅), 데이터서비스(KTSB데이터서비스), (KTDS) (KT클라우드웨어), (KC스마트서비스)방송서비스(KT스카이라이프) 등 여기저기 투자를 해왔다. 특히 2010년 적자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만든 KT에스테이트는 주거용 건물개발, 공급업을 하는 자회사로 매년 7배에서 10배 이상 급성장하여 재미를 보고 있다는 언론보도이다. 민영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KT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모든 국민이 유선전화를 가입할 때마다 25만원씩 보증금을 장기간 유치하여 키워준 국민기업이라는 생각이 많다. 그래서 기업이름도 한국통신, Korea Telecom, KT이다.
국가의 ICT 비전을 완성하고 책임질 기업은 국민기업 KT이며, KT의 성장도 그에 걸맞은 능력있는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국민의 신뢰에서 멀어진 위기의 KT를 다시 일으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1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국가전략으로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망)'를 제안했다. 그러나 올해는 '인공지능(AI)'를 화두로 내세우며 'AI가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틀 최기영 전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AI 국가전력을 발표하며 AI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KT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KT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 시킬 수 있는 미래 통찰력을 갖춘 리더여야 한다. KT가 선언한 'AI 컴퍼니'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IT경험과 추진력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둘째, 각 집단이 지지하는 후보별로 나누어지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CEO 선임과정이 종료된 이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주주, 고객, 구성원, 계열사, 노조 등을 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할 수 있는 통합역량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직, 공정, 투명 경영으로 국민과 고객, 임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화합형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단순히 기업의 책임자를 뽑는다기보다는, 국가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을 통해 IT강국의 면모를 재건할 수 있는 역량 있는 IT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리더로 선임해야 할 때다.
최수만 대전테크노파크 원장 smchoi2004@dj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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