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연내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협상 장기화의 핵심 쟁점이 가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차입금 상환 부담이 없는 넷마블이 협상테이블에서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당초 지난달 중순 주식매매 계약을 맺고 올해 안에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졌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목표로 제시한 2020년 매출 5조원과 맞물려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올해 중 협상이 최종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수 지연 변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노동조합과 가격에 대한 이견이다. 자유로운 인력 이동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조직이 운영되는 게임사와 달리 렌털업계는 장기근속 비율이 높다. 평생 직장 개념이 일부 존재한다. 노조 활동 보장과 매각 후 고용 보장,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등 이슈는 넷마블이 해 온 사업 환경과 크게 다르다. 게임 산업에 노조가 들어온 지는 1년이 좀 넘었을 뿐이다.
웅진코웨이 설치 수리기사로 구성된 CS닥터 노조 1500명은 넷마블 사옥 앞에서 직접 고용을 보장하라는 천막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법원이 CS닥터를 특수고용직이 아닌 웅진코웨이 직원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넷마블 부담이 한층 가중된 상태다.
다른 변수는 가격이다. 넷마블은 실사를 거치면서 최종 인수가를 낮추려 했지만 웅진은 호실적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기존에 제시한 1조8300억원보다 약 1000억원 인하를 바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협상 상황에도 판이 깨질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방준혁 의장이 내년 목표로 제시한 매출 5조원 달성에 히든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몇 가지 부분에서 의견을 맞춰 가고 있다”면서 “인수 자체에 대한 이견은 아니어서 판이 틀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한다면 넷마블은 2020년 매출 5조원 달성에 한 걸음 다가간다. 올해 넷마블 매출액은 2조2000억원대, 웅진코웨이는 2조7000억원 대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웅진그룹이 원하는 가격에 웅진코웨이를 팔 수 없다면 웅진씽크빅, 웅진 등을 우선 법정관리해 채무를 탕감 받은 뒤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웅진코웨이 매각이 늦어질수록 웅진그룹 재무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넷마블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내년 2월 웅진이 보유한 사채 가운데 790억원 상환일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 협상을 늦춰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노조 문제 등 인수합병(M&A) 후 통합관리(PMI)까지 고려하면 넷마블이 주장하는 시너지를 본궤도에 올려놓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예상된다”며 예의 주시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