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통신은 역동적이었다. 어느 해보다 메가톤급 이슈가 많았다. 최대 이슈는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다. 우리는 미국을 제치고 새로운 통신세대 진입을 가장 먼저 선언, 세계 통신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로 국내에서도 통신-방송 융합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후속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며 시장 구도 재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기의 소송으로 불린 '방송통신위원회-페이스북 소송'에서는 방통위가 먼저 쓴잔을 들이켰다. 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거대 인터넷 플랫폼 중심의 정보통신 시장 변화를 위한 제도 개편 요구도 강해졌다. 새해에도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초고속인터넷 보편서비스 시행, 주파수 재할당 계획 마련 등 굵직한 이슈가 예고됐다. 올해 못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반드시 수행해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바로 '국가 네트워크 대계(大計)' 수립이다. 5~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국가 네트워크 로드맵이 필요하다.
2020년은 5G 확산이 가속되고, 기업용(B2B) 5G 서비스가 등장하는 해다. 유·무선 통신망은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지능화되고,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대용량 콘텐츠 소비 확산과 이에 따른 트래픽 증가로 테라급 백본망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통신망 접속 기기가 늘어 망 안전 강화 대책도 필요하다. 세계 각국의 양자정보통신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국가 차원의 네트워크 전략은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과거에도 우리나라는 5~10년 주기로 정보통신망 정책을 수립하며 환경에 맞게 네트워크를 고도화했다. 새로운 중장기 네트워크 전략에는 지역·기업별로 5G를 사용하는 로컬(프라이빗) 5G와 모바일에지컴퓨팅(MEC) 등 정책·기술적 5G 확산 전략이 담겨야 한다. 유·무선 통신망 지능화와 AI 적용 계획도 필요하다. 트래픽 증가 예측을 기반으로 한 백본~가입자망 용량 증설 계획, 양자정보통신과 위성 통신을 활용한 네트워크 고도화 및 보안성 강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네트워크 고도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가치는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딜로이트컨설팅은 호주 초고속인터넷 프로젝트로 인해 2020년 기준 가구당 323만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LSE엔터프라이즈는 기가인터넷 전국망 구축이 완료되는 2024년 총 부가가치(GVA)가 약 28조4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역시 네트워크 고도화를 통해 생산유발액과 고용 증가 등 효과를 거뒀다. 앞선 네트워크 인프라는 우리나라를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했으며, ICT는 우리 경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AI와 양자정보통신 등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네트워크 대계를 수립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네트워크정책실'을 신설하며 추진 체계도 마련됐다. 네트워크 고도화와 안전, 통신·방송 산업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다. 새해에는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는 일만 남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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