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의 ‘아트톡(Art talk)’ 김찬용 & 정우철 도슨트를 말하다

■ 최근 전시 미술계의 핫(hot)한 도슨트 김찬용과 정우철이 한 자리에

지난 20일 저녁 7시 30분 한남동에 위치한 공연장 블루스퀘어의 카오스 홀에서 도슨트 김찬용과 정우철의 ‘아트톡(Art talk)’ 행사가 진행되었다. 전시와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그 둘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상당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스타 도슨트 두 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12월의 세 번째 주 금요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기에 적지 않은 객석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정말 많은 이들이 도슨트 김찬용과 정우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고 그들의 강연에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을 하는 등 몰입도가 상당했다.

‘아트톡(Art talk)’ 김찬용 도슨트 / 인터파크 홍보팀 제공
‘아트톡(Art talk)’ 김찬용 도슨트 / 인터파크 홍보팀 제공

일반 대중들에게는 생소했던 ‘도슨트(docent)’라는 단어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낯설지 않은 단어로 탈바꿈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시해설가인 김찬용과 정우철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트톡(Art talk)’ 정우철 도슨트 / 인터파크 홍보팀 제공
‘아트톡(Art talk)’ 정우철 도슨트 / 인터파크 홍보팀 제공

전시를 진행함에 있어 전체적인 윤곽을 잡고 재정이나 작품의 관리 및 홍보를 도맡아 하는 ‘큐레이터(curator)’의 인지도에 비해 ‘도슨트(docent)’의 그것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큐레이터는 직업군으로 분류가 되어 왔지만 도슨트의 영역은 직업이 아닌 자원봉사나 허드렛일로 취급받기 일쑤였고 노동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고는 하였다.

그래서일까, 남성보다는 여성 도슨트의 비율이 높았고 젊은이보다는 고령의 도슨트가 많았던 것이 업계의 현실이었다. 이에 무려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시해설가로서의 자리를 지켜온 김찬용 도슨트와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의 활동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

■ 12년 경력의 베테랑, 1세대 도슨트 김찬용을 말하다.

12년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도슨트 김찬용은 그동안 80개가 넘는 전시에서 전시해설가로 활약하였고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도슨트의 영역을 생업으로 하여 대중들의 시각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

인터파크에서 준비한 ‘아트톡(Art talk)’ 강연에서는 김찬용 도슨트가 긴 세월 동안 어떻게 도슨트로서의 자리매김을 가능하게 하였는지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김찬용 도슨트의 이력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전시를 다섯 가지로 추려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형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김찬용 도슨트는 첫 이야기로 치열했던 2013년 여름의 전시들에 대해 꺼내놓았다. 돈을 벌지 못 할 것이라면 경험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던 세 개의 전시장을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도슨트를 진행했던 그의 당시 한달 벌이는 고작 6~7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형편없는 수준의 수입으로 인해 앞서 언급했던 큐레이터로의 전향에 대해 권유를 받기도 하고 직접 배운 적도 있었지만 도슨트 김찬용은 현장에서 관람객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최선을 다한다면 환경이 바뀔 것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묵묵히 도슨트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아트톡(Art talk)’ 김찬용 도슨트 강연 모습
‘아트톡(Art talk)’ 김찬용 도슨트 강연 모습

실제로 열심히 도슨트의 자리를 지켜왔던 김찬용에게 서서히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늘 최선을 다했던 김찬용은 어느 순간부터 지원과 면접을 통해 도슨트로 선정이 되는 일반적인 경로가 아닌 주최사나 기획사의 러브콜 제안을 받게 되는 형태로 일을 맡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김찬용 도슨트에게 러브콜을 제안한 이는 지난 7월 검찰 총장으로 역임된 윤석열 총장의 부인이자 ‘코바나컨텐츠’의 대표인 김건희 전시기획자였다. 김건희 대표의 첫 기획 전시였던 ‘필립 할스만(Philippe Halsman)’의 ‘점핑 위드 러브(jumping with love)’ 사진전에서 김찬용 도슨트는 일생일대의 호기를 맞이하였는데 바로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시해설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시의 막바지에 위치한 체험형 공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점프하게 한 장본인이 김찬용 도슨트였다. 김찬용 도슨트는 그때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념사진 한 장이 자신의 이력서를 대신하는 대체재가 되었다며 그 시기를 회고했다.

‘아트톡(Art talk)’ 김찬용 도슨트 Q&A
‘아트톡(Art talk)’ 김찬용 도슨트 Q&A

그 밖에도 2015년의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전시를 맡았을 때에는 당시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과 신세계의 이명희 회장 등의 관람에 VIP 도슨트 역할도 소화하는 등 정재계 인사들의 전문 도슨트로서 이력을 추가할 수 있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월간 미술잡지인 ‘퍼블릭아트’의 특집 기사 ‘미술계의 숨은 장인 8인’에서는 도슨트 분야의 장인으로 선발되었고 그 선정 기준이 궁금해 편집자에게 물었었다고 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도슨트를 업으로 하고 있는 이가 당신밖에 없더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김찬용 도슨트는 강연 내내 겸손하지만 흡인력 있는 언변으로 청중을 압도했다.

■ 열정의 아이콘, 도슨트 계의 신성 정우철을 말하다.

김찬용 도슨트의 연륜이 느껴지는 강연이 끝나고 십 여분의 인터미션 이후 정우철 도슨트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이미 한차례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던 정우철 도슨트이기에 강연 무대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고 예상보다 빠르게 무대 위의 그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아트톡(Art talk)’ 강연의 서두에서 정우철 도슨트는 김찬용 도슨트에 비해 경력이 짧은 본인의 이력을 이야기하며 존경해 마지않는 김찬용 도슨트에 대한 애정을 표출했다. 그도 그럴 것이 80개가 넘는 전시를 경력으로 하는 김찬용 도슨트는 그중 다섯개의 전시를 추려 강연하였는데 정우철은 도슨트로서 다섯 번째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인 까닭이었다.

도슨트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에는 활동하고 있는 남성 도슨트가 많지 않아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로부터 “남자 도슨트라고 해서 김찬용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하는 실망스러운 반응들을 다수 접했고 그러한 이유로 본 적도 없는 김찬용 도슨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막바지에 본인의 도슨트를 듣고 긍정적인 후기를 남겨 준 김찬용 도슨트를 좋은 사람이라 여기며 같이 가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었고 인터파크의 ‘아트톡(Art talk)’을 통해 한날한시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것이 너무나 벅차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김찬용 도슨트에 대한 정우철 도슨트의 호칭은 줄곧 ‘선생님’이었고 강연을 위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의 일부가 선생님 김찬용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트톡(Art talk)’ 정우철 도슨트 강연 모습
‘아트톡(Art talk)’ 정우철 도슨트 강연 모습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던 정우철 도슨트가 20대 후반에 들어 뒤늦게 전시해설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그간 다섯 가지의 전시를 통해 도슨트로 활동할 수 있었던 뒷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그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던 ‘베르나르 뷔페展’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展'로 인해 ‘베르나르 뷔페展’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과 함께 국내에 자료화된 내용이 없는 ‘베르나르 뷔페展’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시즈오카에 위치한 ‘베르나르 뷔페 뮤지엄’을 찾아 4박 5일간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들을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공개하였다.

‘아트톡(Art talk)’ 정우철 도슨트 강연 모습
‘아트톡(Art talk)’ 정우철 도슨트 강연 모습

정우철 도슨트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그의 인생 전시라 할 수 있는 ‘베르나르 뷔페展’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뷔페의 연도별 서명을 정리하여 그 변천사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강연의 마무리는 자신의 도슨트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볼 수 있는 관람객들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전시를 보고 위안을 받고 힘을 얻어 갈 수 있도록 한편의 좋은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전시 안내자가 되고자 한다는 이야기로 정리해 주었다.

■ 다른 듯 닮아있는 두 도슨트의 ‘아트톡(Art talk)’ 행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김찬용 도슨트는 미술전공자이고 정우철 도슨트는 미술 비전공자이다. 한 명은 12년의 경력에 80여 개의 전시를 담당했고 다른 한 명은 이제야 간신히 2년을 채우는 경력에 불과 5개의 전시를 담당했을 뿐이기도 하다.

이렇게 천양지차의 두 명이 직업군으로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던 도슨트 계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오는데 견인차 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김찬용 도슨트는 유일무이했던 자신의 영역에 굴러들어온 격인 정우철 도슨트를 반겨주었고 정우철 도슨트는 앞서 언급한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해설에 대한 김찬용 도슨트의 후기를 간직하고 스승으로 삼고자 한다. 2018년 9월 22일에 기록된 김찬용 도슨트의 인스타그램 내용이 그들의 첫 만남과 관계성을 증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대중들에게 티켓 판매처 역할로의 인식이 강한 인터파크는 사실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음반 유통 사업 등을 진행하며 복합 문화 기업으로의 발돋움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아트톡(Art talk)’이 진행된 공연장 블루스퀘어도 인터파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고 국내 공연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PLAY DB’ 역시 인터파크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 중 하나이다.

김찬용과 정우철의 ‘아트톡(Art talk)’ 행사는 그와 같은 인터파크의 행보에 걸맞은 것이었고 방송으로 비유한다면 파일럿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었다.

‘아트톡(Art talk)’ 김찬용 & 정우철 도슨트
‘아트톡(Art talk)’ 김찬용 & 정우철 도슨트

무엇보다 이번 ‘아트톡(Art talk)’ 행사에서 가장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출연자가 주가 되는 공연과는 다른 전시 분야에서 해설가인 도슨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이다. 김찬용 도슨트는 이번 ‘아트톡(Art talk)’ 행사를 ‘자기소개’의 시간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작금의 시대에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도슨트라는 분야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고 가능성 있는 직종으로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신념을 가지고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과 열의를 쏟아부었던 두 사람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일이라고 본다.

기계로 대체가 가능한 직업이 사라지게 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들이 대세가 될 미래가 머지않았다. 같은 출연자의 구성이라도 매 시각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이 다 다른 공연을 재 관람하는 것처럼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는 전시를 재 관람하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을까 한다. 아니, 어쩌면 김찬용 도슨트와 정우철 도슨트로 인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