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슨트 계의 아이돌! '피리 부는 사나이' 정우철 인터뷰] 그 후
시간은 유수와 같이 빠르게 흘러간다. 마이아트뮤지엄의 개관특별전이었던 '알폰스 무하 展'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던 정우철 도슨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 벌써 일 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12월 초 [도슨트 계의 아이돌! '피리 부는 사나이' 정우철 인터뷰]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었고 그 기사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사의 내용을 모티브로 강연이 진행되기도 했고 기사에 사용된 이미지를 여러 곳에서 차용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한 것들이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았다. 그만큼 정우철 도슨트의 인지도가 급성장했고 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서 그 모든 것들이 반가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우철 도슨트의 SNS 팔로워는 지난 1년간 5배가 넘게 그 숫자가 늘었고 전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한 그와 현재 전시 중인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서 다시 만났다. 물론 지난 일 년 동안 전시장에서 정우철 도슨트를 꽤 자주 접하기는 했다. '알폰스 무하 展' 당시 인터뷰 이후 초대받은 블루스퀘어의 강연장에서도 정우철 도슨트를 만날 수 있었고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툴루즈 로트렉 展'의 오프닝 전야제에 참석했을 때도 그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툴루즈 로트렉 展'의 도슨트를 맡게 되었다는 것도 전야제 행사에서 들었다. 그리고 스무 번 가까이 관람했던 그 전시에서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해설을 열 번도 넘게 들었다. 어떤 날은 일행과의 일정 조율에 실패해 하루에 두 번을 연달아 듣기도 했었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정우철 도슨트에게 "연속으로 두 번 듣기만 해도 이렇게나 힘이 드는데 하루에 네다섯 번씩 도슨트를 진행하려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느냐?"라고 묻기도 했었다. 정우철 도슨트는 체력 안배를 위해 몸 관리도 꾸준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멋쩍은 듯 대답을 해주었다.
이후에도 전시장을 찾을 때면 종종 정우철 도슨트를 만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지난 '빅 아이즈' 전시 때도 이번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도 정우철 도슨트의 담당 요일을 전혀 모르는 채 일행과 조율한 일정에 따라 방문했을 뿐인데 첫 관람은 모두 그가 해설을 하는 날이었다는 것이다.
◇ 일 년 만에 다시 진행하게 된 정우철 도슨트와의 인터뷰
솔직히 이번 정우철 도슨트와의 인터뷰 역시도 충동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앙리 마티스 특별전'을 처음 관람하기 위해 방문했던 날의 전시해설자가 정우철 도슨트라는 것을 확인하고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재미있는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 같다.
게다가 처음 정우철 도슨트를 만났던 마이아트뮤지엄이 아닌가. 일 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의 전시해설을 듣고 난 후 지난 일 년간의 이야기에 대해 인터뷰 기사를 쓰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고 마이아트뮤지엄의 허가를 얻어 일정을 조율하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전시해설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과 준비에 대한 질문에 정우철 도슨트는 작가와 관련된 책들을 읽고 관련된 기사를 가장 오래된 순서로 찾아본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다양한 정보를 구한 후 관람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포인트를 찾아 이야기를 만들고 전시 오픈 두세 달 전부터 집중적으로 준비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앙리 마티스 특별전'과 관련해서는 '야수파'로 유명한 마티스를 생각하고 전시를 관람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전시는 붓 대신 가위를 들어야만 했던 마티스의 노년에 대한 전시인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마티스의 생애 마지막 역작이 회화 작품이 아닌 '로사리오 성당'이라는 건축물인 점에 초점을 맞추고 전시를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 좋아하는 화가에 대한 질문에는 '샤갈'과 '뷔페'를 꼽았다.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그들의 인생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정우철 도슨트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겪으면서도 그 속에서 행복을 그려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나 '뷔페'의 경우 '베르나르 뷔페 展'을 통해 도슨트로서의 정우철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람객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에 더 애착이 가는 작가라고 한다.
정우철 도슨트에게 '베르나르 뷔페 展'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었다. 전시를 해설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베르나르 뷔페 展' 당시에 인상 깊었던 관람객 두 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베르나르 뷔페 展'의 전시 해설 당시에는 본인의 해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서두를 꺼낸 정우철은 한 여성분이 전시 해설을 들으며 하염없이 우시기에 도슨트가 끝나고 그 이유를 여쭙게 된 일화를 말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 여성분은 뷔페의 인생에 대한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감명과 위로를 받는 느낌을 받아 우셨다고 한다.
또 다른 전시 관람객은 젊은 남성분이었는데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펑펑 우셨다고 했다. 남자분이 그렇게 우는 경우가 드물어 그분의 사정도 궁금했는데 함께 전시장을 찾은 여자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직업이 디자이너였던 그 남성분은 어머니를 여의고 상처가 너무 커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상태였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리는 뷔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그를 통해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 울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다.
남성분의 경우 후에 SNS를 통해 다시 취직도 하고 그림도 그리게 되었다며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주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정우철 도슨트는 그러한 관람객들을 보면서 자신의 해설 방식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삶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여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보의 전달을 넘어 작가의 인생을 전달함으로써 관람객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 도슨트 3년 차. 정우철 도슨트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도슨트 3년 차가 된 정우철 도슨트는 요즘 무척 바쁘다. 여러 오프라인 강연의 강연자로 활동하기도 하고 라디오, TV를 넘나들며 방송인으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이게 한다. 그러면서도 전시해설가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이다.
드라이브인 형태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 문화예술교육축제'에서도 세종시와 광주시에서 온라인 강연을 진행했고 EBS의 '클래스 e' 프로그램에서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이라는 타이틀로 8부작의 방송 강의를 마치기도 했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은 '클래스 e'의 다른 강의들에 비해 조회 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현재 지난 방송의 후속편 격의 촬영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 두 번째 시즌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앞서 인터뷰에 거론된 '베르나르 뷔페 展'에서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 해설을 들으며 울었다는 두 관람객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 인터뷰 때에도 들었던 이야기인데 지난 기사에서는 사람 '정우철'에게 초점을 맞추고자 하여 생략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시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러한 관람객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우철 도슨트가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 년간 지켜보아 온 그는 무척 겸손하고 늘 자신을 낮은 자리에 두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작년 인터뷰에서 열악한 업계의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 도슨트로 더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했던 그였는데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의 그는 그 시간들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다시금 자신을 낮췄다.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부담감이 너무 커서 더 많이 공부해야 했고 온 신경이 전시에만 쏠리는 나머지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 증세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최근에 자각했다고 하여 걱정이 되었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고 했다. 혹자는 유명해지더니 변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혀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이야기하고 싶다는 솔직한 발언도 해주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부족한 미술 공부를 하기 위해 두문불출한다는 정우철 도슨트의 말속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슨트 정우철은 변한 것이 없었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가끔 알아보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때문에 평소 몸가짐이나 언행을 더 조심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업인 전시해설을 할 때에도 관람객들을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였고 전시장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해설을 여러 차례 눈여겨보았던 관람객 중 한 명으로서 그의 전시해설은 늘 다르게 느껴졌다. 해설 내용의 큰 줄기는 있지만 상황이나 관람객들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생겼다. 일관성이 없다기보다는 작품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부분이었다. 전시 공간을 채우는 작품들은 그대로이지만 도슨트 정우철의 해설이 더해지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명력을 가지는 그림과 오브제로 재탄생된다.
인터뷰 내내 눈을 빛내며 마치 출력 버튼이라도 눌려진 듯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꾸밈없이 뱉어내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주변에 휘둘리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자신의 속도와 스케일에 맞추어 성실하게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후속으로 방송될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도 본방사수하고 마이아트뮤지엄의 '앙리 마티스 특별전'도 다시 관람하러 갈 계획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