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 판게아' 대항해를 위한 국가전략

[기고]'AI 판게아' 대항해를 위한 국가전략

아득한 옛날 지구는 판게아(Pangaea)라고 하는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이었다. 이후 지각변동을 거듭하면서 현재 지구인 5대양 6대륙으로 분리됐다. 15세기 이후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지구 차원의 해상무역권과 영토를 지배하는 물리적 제국주의가 휘몰아쳤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와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한 가상의 초대륙이 탄생했다. 이를 기반으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제국이 위용을 떨치게 됐고, 최근에는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로 일컬어지는 또 하나의 디지털 제국이 출현하고 있다.

낙관주의자들은 21세기는 기술의 기하급수적 진보로 시스템 운용의 경제적 비용이 극적으로 저렴해지는 '싱귤래리티'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싱귤래리티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원동력은 인공지능(AI) 혁명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AI 혁명 본질은 기계지능과 생명지능의 합뇌(合腦)에서 유래하는 제2의 인지혁명이다. 필자는 물리적 지구와 가상적 지구가 고도로 융합하는 제3의 지구 생태계를 'AI 판게아'라고 부르고 싶다. 여기서는 인간의 지혜와 기계의 지성이 새로운 결합을 일궈내고 학습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함께 진화한다.

AI 판게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1차, 2차, 3차 산업은 근본적으로 재정의 되고 기존 경제사회 구조와 생활 인프라 존재 형태도 재건축된다. 또 진화된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현재 100분의 1 자원 투입과 1000분의 1 에너지 소비로 환경중립형 지구 생태계를 실현할 수 있는 미래상도 그려볼 수 있다.

다소 주관적인 주장일 수 있겠지만, 국가든 기업이든 AI 판게아 지배자는 물리적 제국주의나 디지털 제국주의 그것보다 더 강대한 승자독식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국가 흥망성쇠의 차원에서 AI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요체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 입국 전략은 AI 판게아로 대항해를 위한 지도와 나침반(horizon scanning)이자, 국가경영 최상위 차원의 그랜드 디자인이어야 한다. 지능형 정부를 비롯한 국가사회 전영역의 완전 디지털화와 함께 사이버 시스템과 물리적 시스템을 통합해가는 미증유의 고차원 전략이기 때문이다.

둘째, AI 판게아 시대에 대비해 모든 국민이 AI 활용 역량을 터득하는 교육체계 대전환이 시급하다. 초·중·고등 과정에서 기본적 AI 소양을 키우는 것은 물론 AI 특성화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통한 수월성 인재 확보도 불가결하다. 수리, 데이터 사이언스, SW 공학은 물론 인문사회 영역에서도 AI를 접목하고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담아야 한다.

셋째, 과학기술 연구개발 체제의 창조적 재편을 통해 AI 영감형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 경우 AI와 정보통신기술(ICT), AI와 바이오, AI와 나노, 양자 컴퓨팅 등과 같은 혁신적 융합 연구성과와 국가적 과제 해결,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극복하는 포용적 규제 체계 창출 등이 관건이 된다.

인류 역사 최대의 AI 혁명이 질풍노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호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할까? 차제에 국가경영 미래상, 인재 양성, 연구개발이 삼위일체화된 전략 도출과 지도자의 담대한 리더십이 발현되길 갈망한다.

하원규 디지털 토굴인·테크사헤일루 hawo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