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고 더 강하게…KAIST, 나노구조체 초미세 인쇄기술 개발

차세대 고성능 센서 기반이 되는 나노구조체를 아주 미세하고 균일하게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다양한 소자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연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해외 기술보다 훨씬 정밀한 '나노구조체 초미세 인쇄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KAIST가 개발한 나노구조체 초미세 인쇄기술 개요. 이 기술로 구현한 소자는 다양한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에 유용하다.
KAIST가 개발한 나노구조체 초미세 인쇄기술 개요. 이 기술로 구현한 소자는 다양한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에 유용하다.

나노구조체는 센서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에 기반 물질로 활용하는데, 크기가 작을수록 만들기가 어렵다. 그동안은 구조체에 나노입자를 뿌려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 경우 생산자가 원하는 '규칙성'을 얻기 어렵다. 화학 가스로 표면을 식각(에칭)하는 방법도 쓰이지만 선폭 100나노미터(㎚) 이하 해상도를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10㎚ 수준 선폭으로 정밀 3차원 구조체를 대량생산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미세한 금속 나노와이어를 규칙적으로 인쇄·적층하는 방법으로 정밀도를 높였다.

먼저 스스로 형상을 갖추는 '자기조립' 방식으로 인쇄 원본인 '마스터 몰드'를 구현하는 방법을 썼다. 이 경우 구조체를 깎아내는 것보다 훨씬 정밀한 원본을 만들 수 있다. 원본 복제 물질도 기존 실리콘 고분자 대신 단단한 아크릴 계열 고분자를 썼다. 물질이 단단할수록 복제 해상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한 인쇄 과정에도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했다. 자체 고안한 용매를 인쇄에 활용, 몰드와 인쇄 물질 사이 접착력을 선택적으로 약화시켰다. 이 결과로 인쇄 물질이 대상에 잘 묻어나게 했다.

이들 기술은 다양한 소자 구현에 쓸 수 있다. 대표 사례는 분자 진동을 읽어내는 '표면증강 라만분광(SERS) 칩'이다. 해외 기술로 구현한 칩보다 신호를 10~100배 증폭시킨다.

정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KAIST 교원 창업기업 피코파운드리가 SERS칩 양산에 나서고 있다”면서 “앞으로 식품 안전이나 조기 질병 진단 분야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