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배터리냐 슈퍼커패시터냐…대전시, 트램 전력 공급방식 고심

[이슈분석] 배터리냐 슈퍼커패시터냐…대전시, 트램 전력 공급방식 고심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기존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떠오른 트램(노면전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하철에 비해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는데다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강점이 있고, 도시재생 및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노릴 수 있어 전국 10여개 지자체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거장 중심의 특색 있는 가로상권 개발, 도시경관 증진 등을 통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지자체가 트램에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국내에서 아직 운행 경험이 많지 않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큰 고민은 전력 공급방식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무가선 시스템을 적용하려 한다. 이의 첫 시험대가 될 대전시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전시는 안정성이 확보된 배터리 방식과 빠른 충전이 가능한 슈퍼커패시터 방식 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바닥급전, 무선급전, 수소전지 등 신기술도 검토 대상이다. 대전시의 선택은 곧바로 다른 지자체에게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전 트램 순환노선으로 불거진 전력 공급방식

대전시는 2012년 도시철도 2호선 계획으로 고가·자기부상열차 도입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4년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친환경·경제적 교통수단인 트램으로 건설방식을 변경했다. 2년 후인 2016년 시민 공청회와 시의회 의견 등을 거쳐 최종 노선을 결정했고, 올해 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사업에 포함됐다.

대전시는 내년부터 트램 실시설계를 추진한다. 하지만 최근 트램 차량 시스템으로 무엇을 선택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전력 공급방식으로 무엇을 선택할지가 핵심이다. 우선은 무가선으로 결정했다. 오래전 트램을 도입한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유가선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팬터그래프(집전장치)가 차량 위 전차선(OCS)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유가선 방식은 도심을 운행하는 트램 특성상 누설전류나 전차선 접촉으로 인한 보행자 안전문제를 유발하고 도시 미관도 크게 저해한다. 또 1.5㎞ 간격으로 노선 중간에 건설해야 하는 변전소도 협소한 도시공간에 비용과 민원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전시는 전차선 없이 주행 가능한 무가선 트램을 도입키로 했다.

무가선 트램의 기술 분류는 접촉급전·무접촉급전 지상전력공급시스템(GLPS)과 배터리·슈퍼커패시터 방식 차량에너지 저장시스템(OESS)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초 대전시 계획은 배터리 방식이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연구개발(R&D)사업으로 무가선 저상트램시스템 개발을 완료함에 따라 국내 기술 여건도 충분했다.

이 시스템은 높은 에너지 밀도의 배터리를 사용해 운행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시스템은 대용량·고효율에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이 용이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론 2시간 이상 충전 시간이 필요하고 주행 거리가 늘어날수록 배터리 무게·부피가 커지는데다 내구 수명이 3년 정도로 짧다는 단점도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트램은 내장형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트램 최고 설계속도가 70㎞/h에 달하고 배터리 성능 개선으로 한 번 충전으로 세계 최장거리인 무가선 주행 35㎞도 달성했다. 충북 오송에 구축한 1㎞의 시험선로를 통해 6만㎞ 주행을 마치며 신뢰성도 검증 받았다.

이 무가선 저상트램은 부산 오륙도 실증노선을 통해 상용화에 첫 발을 내딛는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부산 경성대, 부경대역, 이기대 어귀삼거리 등 총 1.9㎞ 구간을 운행 한다.

실증사업으로 짧은 구간이긴 하지만 2025년 개통 예정인 대전시 보다 4년이나 먼저 일반인에 트램을 공개하게 될 전망이다.

국산기술에 시험운행, 실증노선으로 대중교통으로서 안전성까지 확보 가능한 배터리 방식이지만 대전시는 쉽게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 트램 노선이 연장 36.6㎞ 장거리인데다 순환선이라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개발된 배터리 주행 최장거리 35㎞보다 노선이 길어 한 번 충전으로 순환선을 모두 돌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냉난방시설 작동으로 인한 전력 손실과 날씨 등 각종 변수 등을 생각하면 실제 주행거리는 훨씬 적게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행거리는 가장 악조건 속에서 운행을 고려해 두 배 이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때문에 대전 트램이 배터리 방식을 도입하려면 몇 개 구간을 2~3개 차량이 나눠 운행해야 한다. 이는 이용자가 구간마다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운행 차량 보유대수 증가에 따른 운영비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대안으로 떠오른 슈퍼커패시터 방식

최근 배터리 시스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가선 트램 차량시스템은 슈퍼커패시터 방식이다.

슈퍼커패시터는 트램 정거장에 충전 장치를 설치해 단시간에 순간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충전 속도가 빠르고 같은 크기 배터리보다 5~10배 높은 출력을 자랑한다. 충전을 반복해도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아 수명이 길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에너지 저장 용량이 적고 소요 용량 대비 부피가 크거나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정거장에 별도 전력공급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예산부담도 있다.

슈퍼커패시터 방식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입해 운행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최신 기술이다.

대만 가오슝이 전체 21.6㎞ 구간 계획을 세워 운행을 시작했으며 독일, 스페인 등도 일부 구간에 슈퍼커패시터 방식을 도입했다.

다만 국내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한 국내 배터리 기술을 내버려두고 수입 업체를 선택한다는 비난 여론도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대전시는 새해 상반기 실시설계 이전까지 최종 트램 차량을 결정할 방침이다. 전력 공급방식결정에 따라 설계 내용과 예산이 크게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선택 기준을 안전성과 효율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중교통의 1순위는 안전인 만큼 좀 더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면서도 당장 앞을 보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며 효율적인 시스템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 조사설계1팀장은 “장거리 순환선 노선이다 보니 트램 기종 선택부터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만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새해부터 사업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전력 공급 방식을 결정하겠다”면서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만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