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2차 조사가 마무리돼 조만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화재 원인 조사 결과와 안전성 강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5건의 추가 화재가 발생하자 정부는 다시 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벌여 왔다.
1차 조사위는 화재 원인을 △전기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복합 요인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배터리 결함이 발견됐지만 화재 원인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2차 조사 결과에는 배터리 셀 결함이 화재 주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얘기가 흘러나온다. 배터리 결함과 화재 간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업계가 모두 바라는 바다. 이번에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면 곤란하다. 목표를 정해 놓고 근거를 맞히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대답만 하면 돼) 식도 아니어야 한다.
지난 2016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당시 삼성전자는 5개월 조사 끝에 발화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갤럭시노트7에 사용된 두 제조사 배터리에서 오른쪽 상단 모서리 눌림과 비정상적으로 높은 융착 돌기라는 각기 다른 결함이 발견됐다. 그러나 결함을 발생시킨 주원인을 두고 아직까지 많은 전문가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성이 증가한다. 심근경색은 심장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혀서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직접 사인은 심근경색이지만 혈전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인자들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가족력, 비만 등이 있다.
두 가지 예를 든 것은 ESS 화재 원인을 배터리 제조 결함으로 특정할 경우 화재를 야기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한 근본 고찰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SS 화재의 시발점은 십중팔구 배터리다. 그러나 이를 촉발시킬 수 있는 원인으로는 배터리 자체 결함 외에도 가동 조건, 충·방전 범위, 취급·운영 과정에서의 문제 등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2차 조사위에서 ESS 화재 원인에 대한 다각도 고려와 면밀한 조사가 진행됐기를 업계가 한마음으로 바라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