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79>2020년 경자년, 새로운 도전을 떠올리며

[ET정책포럼]<79>2020년 경자년, 새로운 도전을 떠올리며

지난해 우리 사회를 달군 많은 논쟁이 있었다. 2019년을 상기할 때면 가장 두드러진 소회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도전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성찰이라 할 수 있다. 문득 2019년의 화두를 '생존 위한 혁신'으로 꼽은 한 칼럼을 떠올리게 된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좌장으로서 여러 전문가와 함께 연재한 'ET교수포럼 정책 시시비비'가 다룬 화두도 여기서 동떨어지지 않는다. 그 가운데에는 정책의 빈자리를 찾아 우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그런 빈자리를 채우려 한 정부의 노력에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독자의 호응과 관심을 뿌듯한 보상으로 받기도 했다. 새해에는 학계뿐만 아니라 정책 연구·집행 기관 전문가도 필진으로 참여해 'ET정책포럼'으로 연재를 이어 나가려 한다.

사실 지난 한 해 동안 연재한 칼럼에서 관심을 촉구한 사안 가운데 가장 큰 피드백을 받은 것은 헌법 개정이라는 더없이 무거운 주제였다. 우리는 칼럼에서 그동안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보는 좁은 시각에 갇혀 있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았다. 과거 개발 주도 경제 상황의 낡은 인식 틀이 남아 있었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중요한 담론 하나를 꺼내 볼 때가 된 셈이라 보았다.

여러 차례 다시 돌아보게 된 주제도 있었다. 그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규제 개혁이었다. 2018년 칼럼이 정부 부처로 하여금 혁신에 더욱 적극 임하도록 독려하는 목소리가 중심이었다면 2019년에는 규제 샌드박스라는 정책 변화에 눈길을 맞추려 한 차이가 있었다. 시행 100일 즈음 칼럼을 통해 이 제도에 성과가 보인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2020년) 3월 즈음이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100건을 넘어서겠다”고 공언했다니 올해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문제도 빠뜨릴 수 없는 화두였다. 우리는 정부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제에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의지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런 결단으로 우리 산업의 난제에 하나씩 도전해 '소부장형 성공담'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단 하나라도 그저 뺏기지 않는다는 각오로 산업정책을 봐 달라는 요청도 했다.

올 한 해에도 '정책 시시비비'는 그동안 정책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 개선을 위한 제안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지난 한 해 못 다한 제안을 다시 꺼내야 할 때도 있겠고, 올해 새로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르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여러 성장통을 다룰 생각이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은 결국 우리 사회의 발전을 막는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가 정책의 공과를 보는 잣대도 포함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같은 성공을 구가했지만 그 결과가 진정 바람직했는지, 그 과정에서 외면한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정책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 있는 결과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규제와 지원제도의 양면성도 올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정책의 과잉과 부족함을 지적했지만 정작 어디가 지나치고 무엇이 부족한지 깊이 따져서 들춰내는데 부족했다. 정책의 성과보다는 결과를 놓고 그 이면의 긍정과 허점을 차분히 따져볼 때가 됐다.

누군가는 올 한 해를 '또 한 번의 도전'과 '성장통'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만큼 통합과 조정이라는 정부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부처만한 정책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한 발 떨어져 있는 곳에서 들리는 쓴소리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 주길 기대한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