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이해하는 기술'이 CES 2020에서 화두다.
'경험의 시대' '개인화' '맞춤형' 등으로 기업마다 사용하는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지향하는 곳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로 모아졌다. 진화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제품 및 서비스와 결합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방향도 제시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0'에서 사용자 이해에 초점을 맞춘 제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했다.
가전부터 로봇,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겨냥해 선보인 제품 상당수가 '사용자 이해'와 이를 위한 'AI' 기술을 담고 있었다.
아우디가 이날 공개한 쇼카 'AI:ME'는 AI가 탑승자 습관을 학습하고, 탑승자와 교감하는 차량이다. 시선 추적 기능을 탑재해 탑승자 눈으로 차량과 바로 소통한다. 자주가는 목적지와 경로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체 기능을 관찰해 사용자에 맞는 환경을 제공한다. 아우디는 또 운전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중심 조명'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운전자가 피로감을 느끼면 활기를 북돋아 주는 백색 조명을 제공하는 식으로 탑승자 집중력과 기억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개인 맞춤형 화장품 제조기기도 등장했다. 로레알이 CES에서 선보인 AI 기반 개인 맞춤형 화장품 제조기기 '페르소'는 스마트폰 카메라와 애플리케이션(앱), 분석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피부를 진단한다. 그리고 이 결과에 환경 상황까지 고려해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어준다.
아모레퍼시픽이 공개한 '3D프린팅 마스크팩'도 개인 맞춤형 제품이다. 개인 얼굴 크기와 이목구비 위치, 피부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마스크팩을 만드는 제품이다.
앞서 CES 2020 기조연설에서 다가올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정의한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것도 '개인에게 최적화된 경험' 제공이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제품으로 소개한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 '볼리'가 대표적이다. 볼리는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다니고, 사용자 명령에 따라 다양한 홈 케어를 수행한다. CES에서 소개한 기능은 많지 않았지만, 향후 다양한 기기와 연동할 경우 활용 분야가 엄청나게 확장될 수 있다.
LG전자 역시 AI 기술 진화방향을 '개인 맞춤형'이라고 제시했다. 초기 AI가 정해진 명령을 수행하거나 조건에 따라 작동했다면, 진화한 AI는 사용자를 구분하고 행동을 분석한다. 나아가 행동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최종적으로 AI가 스스로 가설을 세워 검증한 뒤 사용자에게 더 나은 솔루션을 제안한다. 즉 사용자 만큼, 때로는 사용자보다 더 사용자를 이해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AI가 제품과 결합하고, 다양한 기기와 연동하면 사용자는 나를 이해하는 제품들 속에서 한층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기기 제조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커스터마이제이션, 퍼스널라이제이션”이라면서 “앞으로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페인포인트'를 찾아내고, 이것을 제거할 수 있느냐가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