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력이 국가·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AI 기술이 글로벌 경제와 산업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2018년 기준 국가별 AI 기술력은 미국(100점)에 이어 유럽(90점), 중국(88.1점), 한국(81.6점) 순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고 중국에도 뒤처져 있는 현실이다. AI 기술은 제품, 서비스 등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단순 기술 수단을 넘어 신·구 산업 혁신에도 매우 중요하고 복잡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AI 기술력이 취약한 것은 현실이지만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 지난해 12월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이라는 비전과 추진 목표를 AI 국가전략으로 제시하고 투자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동안 AI 기술 기반 생태계 조성에 2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 관련 연구개발(R&D) 예산도 큰 폭으로 증가, 올해 3000억원을 넘겼다. 정부 R&D 지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을 분석해 파급력 높은 핵심 기술과 응용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시켜야 한다. 전략 관점에선 AI 핵심 기술 확보와 더불어 'AI+X', 즉 'AI+신기술 신제품' 'AI+기존 제품' 'AI+전통 산업' 등 다양한 산업의 생태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AI 기술은 기계학습을 통해 인공신경망이 특정한 일을 수행하도록 학습시키는 과정이 근간이다. 이 방법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여러 기술 문제를 내포한다. 인간의 고차원 지능에 비하면 현재 AI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다. 앞으로도 변혁 및 기술 진보가 필요하다.
학습된 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지는 AI는 일종의 블랙박스다. 입력에 의해 정확하게 어떤 출력이 나오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단점은 AI가 경험하지 못한 데이터를 입력할 때 오류로 나타난다. 사전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적용하는 경우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설명 가능한 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 AI 응용서비스는 연산이 서버에서 이뤄지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다. 미래 로봇이나 자동차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말 또는 에지 디바이스에서 AI 추론 출력의 연산 과정이 진행되도록 시스템반도체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이에 지능형 반도체 기술을 육성하는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단기로는 현재 응용 제품에 필요한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에서 경쟁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장기로는 포스트 딥러닝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에 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또 AI를 선도하는 집단을 육성하고 AI 관련 전문 벤처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전략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 AI R&D 전략에 고급 인력과 산업 인력 양성, 규제 개혁, 연관된 산업 생태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AI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서는 학습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베이스(DB)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 데이터 관련법은 국내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R&D용 DB에 활용하는 것을 막는다. 더욱이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규제 때문에 사업화에 발목 잡히는 사례가 공유경제 산업에서 많이 발생한다. AI와 공유경제 서비스가 만나면 문제는 한층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AI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데이터 3법 처리가 국회에 막혀 있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복잡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사회 합의를 이루고 법제도를 적기에 정비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의 노력과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른다. AI 기술 발전에 따라 여러 역기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노동력 중심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 데이터 보안 문제, 윤리 문제 등을 대비와 필요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경청해 AI 생태계가 혁신되도록 국가 전략을 내실 있게 이행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에 기반을 둔 효율 높은 R&D 투자를 통해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시호 연세대 교수 shih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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