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이 분이 디캠프 센터장이야. 인사해.”
창업지원기관 디캠프에서 센터장으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데모데이 행사가 끝난 직후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멘토 분이 30대 초반대 창업자를 필자한테 소개해 줬다. 그런데 이분은 창업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했다. 선생님이 학생한테 말하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랐다. '반말 멘토링(자문)'을 받을 창업자가 불쌍해 보였다.
'멘토'라는 용어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가르친 친구의 이름 '멘토르'에서 유래했고, '조언자'보다는 '스승'에 가깝다. 물론 창업에 관한 일반 사항은 교육을 통해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멘토는 멘토링이 잘못돼 사업이 망해도 책임지진 않는다. 그렇기에 멘토링은 조언 수준에 머무르는 게 바람직하다.
창업계 사람들은 '멘토링'이나 '멘토'란 용어를 다소 불편하게 생각한다. 도움말 주는 선에 머물지 않고 이른바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을 다 하려는 멘토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경험·지식이 부족하거나 가르치려 들거나 반말 하는 멘토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수 멘토와 불량 멘토를 분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디캠프 시절에는 두 가지 방식으로 창업자에 대한 멘토를 지원했다. 선배 창업자나 투자자·전문가 가운데 평판 좋은 분을 연결해 주는 것과 창업자들을 한 공간에서 일하게 함으로써 서로 도움을 주고 받게 하는 것이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후자와 같은 '동료 멘토링'이 매우 유용하다.
초보 창업자의 경우 궁금한 게 많다.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준비 없이 창업전선에 뛰어든 창업자의 경우 특히 그렇다. 창업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느라 '실탄'(자금)이 떨어져서 곤경에 처한 창업자를 여럿 봤다. 실전창업교육이나 멘토링은 바로 이런 창업자에게 꼭 필요하다. 다만 우수 멘토를 골라 연결해 주는 것이 과제다.
지방에 있는 창업자들은 주변에서 평판 좋은 멘토를 찾기도 쉽지 않다. 경험 많은 선배 창업자나 투자자, 전문가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우수 멘토를 창업자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 창업자들은 제대로 멘토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멘토링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지원 전담 기관인 창업진흥원은 지난해 '온라인 멘토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창업자가 원하는 멘토를 검색해서 언제 어디서든 자문할 수 있게 지원하는 영상 창업자문 시스템이다. 사용하기 쉽고 관리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제주도에 있는 창업자도 서울 멘토한테 자문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옥석' 구분 알고리즘을 처음으로 적용한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멘토링을 받고 나면 창업자가 멘토를 역평가하게 해서 누적 평점이 높은 멘토를 창업자한테 우선 연결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렇게 되면 평점 낮은 멘토는 멘토링 기회를 잡기 어렵게 된다. 창업자가 멘토를 골라 멘토링을 신청함은 물론이다.
창업진흥원은 1, 2월 중 새 멘토링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뒤 3월부터 각종 창업 지원 사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온라인 멘토링의 새 시대를 함께 열어 가길 기대한다.
김광현 창업진흥원 원장 khkim@kise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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