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인공지능(AI) 보험설계사 도입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시스템 개발 회사인 페르소나시스템과 이를 상용화할 DB손해보험이 투자비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8대 금융 샌드박스 혁신서비스 중 하나다. 양측은 3월까지 시스템 론칭 시점을 미뤄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 5월 사람뿐만 아니라 AI로봇도 보험 가입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83조를 규제샌드박스로 지정했다. 인슈어테크 혁신이라 불리며 사람이 아닌 AI, 즉 로봇이 보험모집을 하는 첫 사례 등장을 예고했다. 보험모집을 AI와 전화통화로 보험상담이나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페르소나시스템이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될 당시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DB손보와 함께 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가조건을 달았다.
부가조건은 DB손보에 단독 상용화할 권리와 함께 체결된 계약 전권에 대해 통화품질모니터링을 하도록 했다. 또 보험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분쟁 및 소송도 DB손보가 1차 책임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AI를 통한 최대 모집 건수는 연 1만건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시스템 개발이 늦어지면서 현재 이 사업 상용화는 불투명해졌다. 국내 최초 AI 보험 설계사인 'AI 인슈어런스 로보텔러' 사업이 개발 비용부담 문제로 실용화가 늦춰지고 있다. 개발 비용분담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3월까지 AI 인슈어런스 로보텔러 사업 론칭을 연기하기로 했다.
DB손보는 “AI 인슈어런스 로보텔러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3월까지 일정이 미뤄졌다는 내용을 전해 들어 일단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페르소나시스템은 “내부 사정으로 개발 시점이 밀려 금융위에 지난달 3월까지 시스템 론칭 시기를 미루겠다고 전했다”면서 “3월 시스템이 론칭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3월로 미뤄졌지만, 비용분담을 놓고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페르소나시스템은 시스템 개발 등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 부담하기를 원하는 반면에 DB손보는 실제 상용화 과정에서 요구될 서버 증축 등 유지·관리 비용외엔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페르소나시스템은 “시스템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해 DB손보와 공동 부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DB손보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당시 우리 역할은 AI 인슈어런스 로보텔러 관련 상용화를 전담하는 것”이라면서 “시스템 개발은 전적으로 페르소나시스템 역할이고, 우리는 상용화 과정에서 필요한 유지·보수비용 외에 지불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시스템 개발·상용화를 담당하는 양측 의견이 엇갈리면서 향후 금융위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최소한의 재무적, 인적·물적 기준을 보고 판단해 지정한다”면서 “혁신금융서비스가 일종의 테스트 기회를 주는 것으로 그 다음 부분은 지정된 회사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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