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허"...강경입장 재확인

오리온 제주용암수 조감도
오리온 제주용암수 조감도

CES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불허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제주도도 원 지사 입장에 발맞춰 오리온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공식 요구한 만큼 이달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달 1일 원수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9일(현지시간 8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세계가전전시회(CES) 2020'에 참석해 전자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오리온이 당초 중국 등 해외 사업만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어기고 국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제주도와 이야기(협의)를 하려면 새로운 안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불쾌감을 드려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불허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는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제주도와 오리온 사이에는 계약 예비단계에 해당하는 오퍼(Offer)와 승낙 과정도 없었다”며 “(제주용암수를) 판매하려면 정식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국내 판매는 원칙적으로 안 된다는 게 제주도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허인철 오리온 총괄부회장과 면담에 대해 “(허 부회장이) 국내에서 못 팔면 중국에서 팔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하소연하듯 이야기했고 (제가) 국내 판매는 안 된다고 답변하고 끝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수출을 하는 데 있어 국내 판매실적이 필요하다고 하면 대화를 못 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오리온 최고 경영진에서 명확하게 결정해야지 은근슬쩍 제주도를 무시하면서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를) 기정사실로 밀고 갈 경우 일주일 단위로 오리온에 공급하고 있는 시제품 생산용 제주산 용암해수를 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원 지사의 이같은 입장에 제주도도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난 6일 오리온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공식 요구했고 이달까지 제출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오리온과 제주테크노파크는 용암해수 공급 지침에 따른 어떠한 정식 용수(염지하수) 공급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며 “현재 오리온에 공급되고 있는 염지하수는 시제품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일 뿐이고 이달 내 협의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내달 1일 물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측은 2년 전 원 지사 면담 자리에서 국내 출시의사를 밝혔고 이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허인철 총괄부회장은 제주용암수 출시 간담회에서 “2017년 원희룡 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출시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전자신문 기사는) 음해성 보도일 뿐이고 제주도에 회사 입장을 설명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와 협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물 공급이 중단될 경우 오리온은 수천억원을 투자한 제주용암수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때문에 허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밝힌 것과 같이 제주도가 물 공급을 중단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오리온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제주도도 대응에 나서면 된다”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물 공급을 끊겠다는 도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한편 오리온은 “원만한 협의를 위해 제주도와 지속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며 “협의 과정을 공개할 수 없지만 잘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