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엔테크]'자동차 AI' 사람 마음까지 헤아린다

최근 막을 내린 'CES 2020'의 자동차 분야 트랜드는 단연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통신,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여러 성장동력 분야에서의 신기술이 각각 소개됐다면, 이제는 AI를 5G 통신기반으로 자율주행를 구현하는 등 다양한 기술 간의 융합을 행사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CES 2020에서 공개한 엠비전S.
현대모비스가 CES 2020에서 공개한 엠비전S.

AI는 자동차산업은 물론 의료, 가상 비서, 스마트 팩토리, 영업, 인사ㆍ채용 등 국내외 산업 전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화하고 있다. 음성인식으로 차문을 열거나 공기 질을 측정해 내부순환 모드를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수년 전 데이터사이언스팀을 확대 구축하며 AI를 주요 사업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회사가 품질 좋은 제품만 생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AI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의 기회로,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방법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업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효율을 제거하고, 불량 검출 정확도를 높였다. 업무 혁신과 더불어 사내 지식을 스스로 검색·활용해 일하는 방식의 문화적 변화 측면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전문가들이 현업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하거나 최적화해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인 해법을 제공한다.

엠비전S 실내.
엠비전S 실내.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업 담당자에 AI 심화교육을 제공해 인공지능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거나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대모비스는 인공지능을 주요 사업분야에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빅데이터 AI 마스터플랜 수립에 돌입했다. 어떤 목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인지, 경쟁사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우려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파악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먼저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화형 로봇인 업무 지식관리 플랫폼인 '마이봇(MaiBot)'을 개발해 20개 업무 영역, 2400개 이상 종류의 사내문서 1000만 건을 검색·추천한다. 마이봇은 언어처리, 대화처리, 문서검색 등 오픈소스 기반의 자연어 처리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 AI가 문서 본문까지 독해해 임직원이 원하는 정보를 똑똑하게 제공하는 최신 기술까지 탑재했다.

생산 부문에선 이미지 처리 딥러닝 기술을 도입했다. 현대모비스 미래차 핵심부품 공장인 진천과 중국 천진 공장에 전동식 조향장치의 두뇌격인 제어장치(ECU) 라인의 불량 검출 정확도를 98% 이상 획기적으로 높였다. 물류 측면에서는 AS부품의 수요예측을 통해 재고부담을 덜거나 배송 시간으로 줄였다. 품질 분야에서는 구동모터 소음기반 품질불량 검출, AVN(오디오ㆍ·비디오ㆍ·내비게이션)의 품질 검증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등 현대모비스의 다양한 업무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AI 도입을 결정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데이터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양질의 데이터가 충족되어도 AI를 즉시 적용하기는 어렵다. AI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쉬운 데이터 형태로 가공하는 작업을 거친다. 데이터 특성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수작업도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과정에 전체 업무 시간의 70% 이상을 쓴다. 때문에 데이터 수집·관리 전문가 수요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AI 도입이 확대되면 문제 해결 알고리즘 개발 전문가의 능력도 중요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알고리즘과 코드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정답을 찾기 위한 과정도 복잡하다. 빠르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기술이 더해졌을 때 가장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