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베디드 AI,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키워드

박준식 지사장
박준식 지사장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이미 예전부터 스피커, 스마트폰 등을 통해 AI를 접해 왔지만 AI 알파고 쇼크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AI 기술은 생활뿐만 아니라 자동차·제조·의료·금융·철강 등 다양한 산업에서 조용히, 빠르게 핵심 기술로 안착하고 있다.

사물 지능화를 적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늘면서 AI는 가까운 미래의 핵심 기술이라 할 만하다. 대체로 AI 기술은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클라우드나 대형 서버에 적합하다는 인식이 많다.

현재 AI의 인식·분석·예측 작업의 대부분은 이미지나 음성 등 센서가 인식한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로 전송해서 처리한다. AI '심층 학습'이나 '훈련'에는 방대한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산업사물인터넷(IIoT) 앱의 경우 단말기와 게이트웨이·클라우드라는 시스템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통신량 및 처리 부하가 증가하고,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물에 내장되는 '임베디드 AI'가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베디드 AI는 클라우드 없이도 AI에 의한 센서 정보 처리 및 분석, 추론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기기, 생활 가전, 웨어러블 기기, 센서 노드 등 다양한 단말기에 탑재된 범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에서 임베디드 AI를 구현할 경우 제품 자체에서 바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컨트롤러는 초소형, 저전력 소비라는 장점 덕분에 다양한 전자 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프로세서에 비해 연산 능력과 메모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AI 기능을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 기술 발달로 마이크로컨트롤러에서 AI의 분석과 추론을 실행할 수 있게 되면서 AI 활용 영역이 더욱 확장됐다.

이러한 임베디드 AI는 다음과 같은 기술상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네트워크 연결이나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단말기에서 정보를 즉시 처리하기 때문에 실시간성이 향상되고 비용이 절감된다.

단말기에서 데이터를 우선 처리하고 결과값만을 전송해서 데이터 크기를 줄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통신료나 전력비, 부하 등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고성능 처리가 요구되는 시스템에는 GPU, 저렴하고 소비 전력이 적은 시스템에는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각각 적용하면 효율이 좀 더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둘째 독립 작동이 됨으로써 GPU나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아 지연이나 트러블 영향이 없으며, 미가공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통신 회선이나 클라우드 시스템에 부하가 걸리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경우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면 부하가 커서 차축이나 차륜에서 바로 진동 감지 및 판별을 실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셋째 소비 전력이 매우 작아서 배터리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 등 인프라나 제조 현장에 각종 센서를 설치, 배터리로 장기간 이용하는 등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고장 전조 데이터를 학습해 마이크로컨트롤러에 내장한 작은 단말기를 기계 내부나 배관 등에 설치하면 진동, 소리, 초음파 등 인간이 판별하기 어려운 고장의 전조를 바로 감지해서 알려준다.

저전력소비, 저비용, 소형화를 실현하는 임베디드 AI는 사물의 지능화를 앞당기고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기술은 단순히 산업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양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혁신이다. 임베디드 AI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활용을 통해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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