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부가통신실태조사, 인터넷 산업 기술 혼재로 획정 난항

[이슈분석]부가통신실태조사, 인터넷 산업 기술 혼재로 획정 난항

인터넷 기반 검색, 쇼핑, 동영상, 음원 등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화된다. '부가통신사업자 실태 조사 관련 시행령 제정을 위한 연구반'이 20일 2차 회의를 가졌다. 지난해 12월 발족 이후 가진 첫 실무회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자리에서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가 경쟁상황 평가 등 규제를 전제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에서 인터넷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을 그었다. 연구반에 참여한 대다수 위원 역시 이런 방향성에 공감했지만 일부 위원이 규제 가능성을 여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모호해진 산업경계, 국회 경쟁평가 포함 주장...정부는 “실태조사 먼저”

정부가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인터넷산업이 통신산업과 겹치는 일이 잦아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2017년부터 포털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카카오톡 등 인터넷 메신저 산업 발달이 통신사 SMS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영향이 큰 데 입체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5개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이동통신, 전용회선, 국제전화 5개 항목을 대상으로 매년 평가를 받는다. 특정사업자가 산업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 취지다.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포털과 국내 메신저 시장을 독점한다는 지적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빠르게 국내 인터넷 영상 시장을 주도권을 잡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를 견제해야 한다는 역차별 논리가 더해졌다. 규제 측면에서 부가통신사업자도 경쟁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 인터넷 업계는 반대에 나섰다. 종류가 다양한 부가통신 시장을 통신사업자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글로벌 기업에 대한 조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어 결국 국내 사업자만 압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연구반 본격 가동에 앞서 '규제를 전제로 한 실태조사가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한 것은 이런 반발 때문이다.

◇연구반 출범했지만 '시의성' '시장획정' '글로벌 기업' 확보 난감

연구반의 가장 큰 숙제는 시장 획정이다. 다양한 부가통신사업자를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는 작업이 쉽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반 시작에 앞서 신고가 이뤄지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추렸는데 모두 1만5000여개 달했다. 이는 신고의무가 없는 연 1억원 이하 업체들은 제외한 수치다.

같은 카테고리로 시장을 묶어도 여러 서비스와 기술이 혼재된 인터넷기업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장 대표 사례가 유튜브를 검색 포털으로 볼 것인지 동영상 서비스 업체로 볼 것인지 여부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2018년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해도 이런 논란은 적었다”면서 “분기 단위로 성격이 변하는 인터넷 서비스 특성상 실태조사 당시와 조사 결론 발표 때 시장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쇼핑 역시 포털과 쿠팡 등 전문업체, 스타트업이 혼재되어 있다. 여기에 대부분 업체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 검색 등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디지털 음원도 유튜브와 국내 전문업체가 각기 다른 형식으로 시장에서 경쟁한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을 참여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글로벌 업체 대부분은 한국 서비스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영업은 한국법인이 하고 서비스는 미국 본사가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실태조사 참여 압박으로 글로벌 기업에 대한 견제도구가 생길 수는 있지만, 이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왜곡 된 조사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센터 출범으로 시행령 마련 속도

시행령 마련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지원 등을 담당할 '인터넷 플랫폼 정책혁신센터(이하 센터)'가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센터는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시행령 제정을 위한 준비 단계 사무국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반과 소통하며 기초 자료 조사와 공청회 진행, 시행령 마련 등 제반 업무를 지원한다.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출신 이준희 씨가 인터넷 플랫폼 정책혁신센터 센터장에 임명됐다. 센터는 실태조사팀과 법·제도 개선팀 등 조직 구성에 이어 센터장을 선임하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 공식 활동 기간은 예산이 편성된 올해 1년이다. 그러나 내년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내년부터 실태조사 법이 시행되는데다 실태조사 외에도 정보통신기술(ICT) 환경 변화에 대응한 정책 마련 등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무를 담당할 센터 출범으로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시행령 마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매달 1~2회 연구반 회의를 통해 시행령 제정 목적과 방식, 범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상반기 내 시행령 초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국무회의)할 방침이다. 필요에 따라 표본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정식 실태조사 전에 일부 기업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목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