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미 있는 장병규의 학교 발전기금

[사설]의미 있는 장병규의 학교 발전기금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발전기금으로 100억원을 기부했다. 장 의장은 최근 열린 총동문회 신년교례회에서 발전기금 약정식에 서명했다. KAIST는 장 의장의 모교다. 100억원은 KAIST 동문 기부 또는 약정 금액 가운데 최대 액수다. 장병규 의장은 “아무도 창업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속에서도 KAIST 은사님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내게 창업을 격려해 주었다”면서 “기부가 동문 발전기금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 의장의 기부가 빛을 발하는 배경은 '100억원'이라는 액수 때문이 아니다. 장 의장은 맨땅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게임업체를 만든 주역이다. 별다른 배경 없이 창업해서 대박을 터뜨린, 시쳇말로 흙수저로 성공한 입지전 인물이다. KAIST에서 석사까지 마쳤으며, 1997년에 네오위즈를 창업해 2005년 첫눈을 설립하고 이듬해 NHN에 매각했다. 2007년에는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설립한 뒤 2017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배틀그라운드를 선보였다. 본인이 밝혔듯이 은사 권유로 창업에 도전해 게임 역사를 새로 썼다. 만약에 당시 창업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배틀그라운드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는 학교 발전기금에 인색하다. 미국 유수 대학은 등록금이나 정부 지원금보다 기부금으로 재원을 확보한다. 그만큼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졸업했지만 작은 관심이 학교 발전으로 이어지고, 좋은 인재가 배출되면서 사회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반면에 우리는 대학을 졸업장을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생각한다. 학위를 받고 졸업하면 그만이다. 장 의장은 통념을 깼다. 성공한 본인이 있기까지 학교라는 곳이 큰 역할을 했다는 믿음이 컸다. 당연히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효과는 기부 행위 이상이다. 특히 자수성가한 벤처인이기에 더욱 값지다. 백 마디 말보다 작은 실천 한 번이 사회를 바꿔 나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