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균 반도체공학회 회장 "스피드 느껴지는 학회 만들 것"

정덕균 반도체공학회 회장. <전자신문DB>
정덕균 반도체공학회 회장. <전자신문DB>

“스피드가 느껴지는 반도체 학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난 정덕균 반도체공학회 신임 회장의 새해 포부다.

정 회장은 반도체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 400여명 인사가 모인 반도체공학회를 1년간 이끌어 간다. 반도체공학회는 설립된 지 3년째를 맞는 신생 학회다. 시스템반도체 등 설계 분야가 강한 학회로 출발했지만 반도체 소자, 공정, 패키징 등 반도체 전 분야로 학회 역량을 확대 중이다. 이에 맞춰 정 회장은 “올해 알찬 학회 운영으로 400여명 회원을 1000명 가까이 늘리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그가 임기 중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스피드'다.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산업계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감 있는 학회지 발간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6월부터 영문 학회지를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학회지에 실릴 논문 리뷰를 1개월 내에 끝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논문이 학회지에 실리기까지 족히 1~2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심사 기간을 대폭 줄여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일어나는 빠른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그의 아이디어다.

정 회장은 “요즘은 별도 심사 과정 없이도 논문 게재가 가능한 '아카이브'도 각광받는 만큼, 우리 학회도 속도감으로 경쟁력 있는 학회지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 프로그램과 산업 연계도 활발히 진행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1년에 6회 이상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 관련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업계에 진입하는 대학원생이나 산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해는 국내에서 다소 조명을 받지 못했던 연구 분야 강의도 새롭게 마련한다. 이를테면 △최근 업계에서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패키징 분야 △칩의 정보 전달 정확성과 속도를 최대화하는 고속 인터페이스 회로 연구 △선이 아닌 빛으로 칩 정보를 전달하는 차세대 옵티컬 인터페이스 기술 연구 등이다.

정 회장은 “해당 분야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분야지만 아직 국내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 연구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라며 “학술대회와 강연을 통해 산업계와 협력을 모색하면서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정 회장은 최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시스템반도체 활성화 정책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반도체 인력을 키워내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영상 기술에서 빠져서는 안 될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를 선도적으로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1995년 미국에서 실리콘이미지라는 회사를 설립해 나스닥 상장까지 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관련 경험이 있는 만큼, 정 회장은 모험심 강한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라고 믿는다.

정 회장은 “선구적인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해서 이들의 성공 사례를 축적해야 고급 인력이 몰린다”며 “인력의 안정성과 성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