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1심 판결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손태승·함영주 회장의 제재심의위원회가 22일 모두 열렸다. 조용병 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은 빠르면 이달 중 결론이 나올 전망이어서 이들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하고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22일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에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과 인적 관계를 인사부에 알려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키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조용병 회장)이 지원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사부의 채용 업무 적절성을 해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조 회장이 지원 사실을 알린 지원자로 인해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보지는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며 “형 집행을 유예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을 일관하게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남녀평등고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조 회장 등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업무방해·남녀평등고용법 위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같은 차별 채용으로 외부 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은 법정 구속이라는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회장직 연임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높지만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만큼 향후 재판에서 구속될 가능성은 옅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미 지난해 말 조 회장 연임을 추진하면서 법정 구속이 되지 않을 경우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은 상태다.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22일 두 번째 제재심을 열었다. 지난 16일 열린 첫 제재심에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심의가 길어져 같은 날 우리은행 심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22일 다시 출석해 소명했다.
우리은행 역시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장이 상품판매 의사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 금감원이 사전 통보한 중징계 수준의 '문책 경고'가 지나치다는 점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DLF 피해자들과 자율 조정을 시작하는 등 적극 배상에 나섰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손태승 회장의 경우 오는 3월 열리는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돼 있다. 만약 금감원이 사전 통보한 문책성 경고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연임은 불가능하다. 금융권 취업에도 제한을 받게 돼 징계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은행의 내부 통제가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고 경영진을 문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하나은행 제재심이 끝나면 오는 30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최종 결정이 날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과 은행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중대 사안인 만큼 다음 달로 최종 결정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제재 수위를 정하는 위원들 간 협의 과정에서 사실관계 추가 확인 등을 위해 이해 당사자들의 출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