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83>방위사업의 '확실한 변화'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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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위사업은 1974년 율곡사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여러 차례 획득제도 개선을 거듭하며 많은 사업이 추진됐지만 잦은 획득 비리 발생, 사업관리 비효율 및 전문성 부족 등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방위사업의 기능은 국방부와 합참 및 각 군, 조달본부 등 총 8개 군 기관에 분산돼 있었다.

2006년 1월 방위사업의 효율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방위사업청이 출범했고, 계획·예산·기술확보·계약 등을 통합 관리하는 '통합사업관리체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사업관리 전반을 수행하는 사업관리본부, 계약 체결와 이행관리를 수행하는 계약관리본부 등으로 조직이 이원화돼 진정한 통합사업관리체계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사업관리본부와 계약관리본부 간 책임과 권한이 불분명해 갈등이 일어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방위사업 비리 문제도 근본조차 해결되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났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기술 발전이 가속화됐다. 방위사업 구조도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개청 시 5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했지만 2020년 현재는 당시 수준의 인력으로 16조6000억원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방 분야의 기술 혁신과 사업관리의 효율화 및 전문화 필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방사청은 지난해 두 가지 과감한 혁신을 단행했다.

첫째 방사청 사업 및 계약 관리 조직을 통합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이다. 일부 우려에도 지난해 9월 제2 개청이라 할 만한 조직 전면 개편을 마무리했다. 기존 업무 단계별로 구분되던 사업관리본부와 계약관리본부 2개 소속 기관을 무기 체계 특성별 2개 사업본부 체계(미래전력·기반전력)로 개편했다. 이로써 통합사업관리체 구현을 실질화하고 사업관리 조직을 강화했다. 기존 9개 사업부가 조직 개편 후 14개 사업부로 확대되며, 각 사업부장이 사업과 계약을 통합 관리한다. 이로써 의사결정 단계가 6단계에서 4단계로 단축되는 등 사업관리 효율성이 강화되고, 사업관리자의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다.

실제로 개편 후 3개월 만에 사업 수행 기간이 최대 1개월 줄어드는 사례도 나타났고, 지난해 사상 최대로 97%에 가까운 예산 집행률을 달성했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집행률이 93%인 것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변화다.

둘째 45년 동안 지속된 방위 산업 원가 구조 개편이다. 복잡한 이윤 구조를 연구개발(R&D) 투자와 국산화 및 수출 확대에 대한 이윤 보상 구조로 단순화해 업체의 기술 혁신을 유도했다. 방위 산업 원가 제도의 근간인 실발생비용 보상 개념을 바꿔 표준원가 개념 및 성실성 추정 원칙을 도입함으로써 업체의 원가 자율 절감을 통한 혁신 성장을 유도했다. 오랜 기간 방위 산업 업체의 성장을 방해하던 원가제도를 대폭 개편해 기술 및 경영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수출 확대 등 방위 산업의 근본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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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 즉 획득 업무의 효율성 및 전문성을 높이는 조직 측면과 방위 산업 업체의 혁신을 유도하는 제도 측면의 변화를 토대로 올해는 획득 업무 수행 절차의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예정돼 있다. 신기술이 적용된 민간 제품을 군에서 시범 운용한 후 곧바로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획득 제도인 '신속시범획득제도'를 지난해 말 도입했다. 올해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제품 중심으로 첫 사업을 시작한다.

10년 이상 걸리는 일이 부지기수이던 기존의 R&D 대비 최소 5년 이상 획득 기간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시작으로 무기 체계 특성에 따라 신속·유연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획득 방식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방사청은 2020년을 '확실한 변화'의 해로 만들 계획이다. 신속 획득 패러다임 구축으로 강한 안보에 기여하고, 방위 산업의 혁신 성장과 수출 산업화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방사청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강은호 방위사업청 차장 eunhokang@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