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한국 카드사들이 IC카드 독자 표준 제정에 착수했다. 다음달 개발사를 선정하면서 기술독립에 나서면 다국적 브랜드인 비자, 마스터카드와 한판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카드사가 이례적으로 연합전선을 결성해 독자표준 제정에 나선 것은 국제 브랜드사의 독점적 로열티와 오프라인 시장을 너머 디지털 지불결제 시장까지 이들 글로벌 카드사가 규격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제 브랜드 카드사는 최근 자사 EMV규격이 담긴 IC칩에 모바일 결제 규격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럴 경우 국내 카드사는 국제 브랜드사 IC카드 규격 뿐 아니라 모바일 지불결제 규격 종속도 불가피하다.
국내 카드사는 비용 상승을 우려한다. IC칩 단가가 올라갈 수 있는 탓이다. EMV규격을 준용한 IC칩은 개당 800원 선이다. 여기에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면 1600원, 비자웨이브 등 모바일 결제 규격까지 탑재할 경우 24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국내 카드사로선 엄청난 수수료를 내고 칩을 자사 카드에 심어야할 상황이다.
최근 간편결제 등 모바일 결제가 크게 늘면서 국제 카드 브랜드사가 디지털 결제 시장까지 자사 표준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카드사가 IC카드 규격에 착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여신협회와 일부 카드사는 국내전용 IC칩 표준 규격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마그네틱(MS)결제가 주를 이뤘고 IC단말기가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프라 한계로 사실상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또 규격 개발에 한 카드 기술이 차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른 카드사가 외면했다.
그간 해외 카드사 브랜드 수수료 폭리논란은 끊임 없이 제기됐다. 실제 해외 브랜드 카드사는 국내 카드사와 소비자에게 결제 중계를 댓가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국제브랜드사별 해외수수료는 비자카드 1.1%, 마스터카드 1.0%, 유니온페이 0.8% 등이다. 연간 천억원 이상 로열티 수수료가 발생한다. 아울러 해외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아도 국제겸용 카드로 국내에서 결제해도 건당 브랜드 수수료를 가져간다.
이 같은 수수료 논란은 몇 년간 지속됐다. 심지어 국내 카드사가 비자카드를 대상으로 지난 2016년 공정위에 제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것을 우려한 정부는 카드사 제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지금까지 해외카드사는 천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다.
이번 독자 IC카드 표준 제정으로 해외 로열티 부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게 카드사 판단이다.
다음달 국제 브랜드사와 또 한차례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해외 브랜드 카드사는 수수료 수취가 적법한 중계 결제 댓가이며 한국 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국내 전용 카드 점유율은 약 40%대다. 이 정도 점유율이라면 독자 표준을 제정해 국제브랜드사와 한판 붙어볼만하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디지털 지불결제 규격까지 해외 브랜드사에 의존하면, 중장기적으로 핀테크 시장에서 카드사 입지는 매우 좁아질 것이란 위기의식도 발현됐다.
국내 IC카드 표준 규격을 탑재한 카드로 국내 결제가 다수 발생하면 해외 브랜드사와 향후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표]국제 브랜드 카드사 수수료 체계 및 현황(자료-본지 취합)
※부담 주체별 수수료 현황
※국제브랜드사별 해외이용 수수료 현황(소비자 부담)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