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지방은행, 물리적 인프라 열세 '디지털'로 넘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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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이 과감한 디지털 전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들은 4대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겪었던 물리적 한계를 디지털 기술로 극복한다. 고객 접근성, 편의성을 높이고 전사 업무 효율성도 제고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올 하반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한 디지털 플래그십 점포를 개관한다. 부산은행과 MS는 세부사안을 조율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이다. 지난 15일 부산은행은 MS와 디지털 플래그십 점포 구축 협약을 맺었다. 빈대인 부산은행장이 직접 미국행에 오를 정도로 MS 협업을 챙겼다. 빈 행장은 부산은행 디지털 기술 적용을 이끌던 '디지털 전문가'다. 부산은행은 플래그십 점포에 MS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대거 접목한다.

DGB대구은행은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 효율성과 정보통신기술(ICT) 보안 강화에 나섰다. 대구은행은 이달 '데스크톱 가상화(VDI)' 솔루션을 일선 부서에 접목했다. VDI는 사내 어디서든 개인 PC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앙 서버 내 가상 데스크톱에 원격 접속해 업무하는 방식이다. VDI를 기반으로 어디서든 작업하는 자율좌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VDI는 대구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추진한 스마트오피스 사업 일환이다.

외국계은행 디지털 전환도 눈에 띈다. HSBC는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을 발빠르게 도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한국과 베트남 간 무역 신용장 거래에 성공했다. 양국 간 무역 신용장을 블록체인으로 거래한 첫 사례라는 게 HSBC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는 메이저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속도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4대 시중은행은 물론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특수은행 역시 이미 디지털 전환을 신년 중점 과제로 삼았다.

지방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과감한 디지털 전환은 변화의 시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다. 장기간 고착됐던 4대 시중은행 중심 구도를 깰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은 국내 248개 영업점을, 대구은행은 250여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점 수와 분포에서 시중은행과 격차가 크다. 실제 신한은행은 전국에 880개 영업점을 갖췄다. 지방은행은 물리적 인프라에서 절대 열세다.

그러나 디지털 뱅킹이 대중화되면 오프라인 영업점 비중은 줄어든다. 디지털 기술로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그간 규모 면에서 4대 시중은행에 밀렸던 지방, 외국계 은행에는 기회가 된다. 디지털 기술을 조기 적용해 소비 트렌드를 선점하려는 은행권 시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규모와 영업점 규모에서 4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몇 배 차이가 난다”면서 “디지털 전환은 그 차이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