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모든 유기물은 이산화탄소와 물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태양의 빛이 더해져 광합성이 일어나면 핵산, 단백질, 탄수화물 등 유기물들이 생겨난다. 이 모든 작용은 DNA로 매개되며, 수천가지 생화학 반응을 통해 생명현상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생명공학은 미생물 유전체를 통째로 합성해내는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천 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책에 들어가는 전체글자 만큼의 정보를 한 줄의 염기쌍(GATC)으로 합성하는 기술이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렵고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마치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켰다고 우리가 달에 갈수 있는 것이 아니듯, 아직 세계 최고수준의 몇몇 연구소에 한정된 기술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들은 DNA합성이 이미 기술적 임계점을 넘었으며, 더욱 정교한 합성생물학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시사한다. 최근에는 산업적으로 유용한 소재, 다양한 의약물질, 자연에서 얻기 어려운 고가의 천연물 등을 생산하는 DNA합성 시도들이 급속하게 늘어가고 있다.
최근 이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바이오파운드리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필요한 설비와 핵심기술들을 집적해 외부와 개발단계를 공유하는 것으로 모든 합성생물학 연관분야에서 고도화된 기술을 용이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바이오파운드리 전략을 통한 발전전략을 본격화 하고 있으며, 2018년 일본 고베에서는 11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바이오파운드리 연합이 구성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KAIST가 참여해 글로벌 발전전략을 공유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미생물 활용 생명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유전체학, 효소공학, 대사공학 등 합성생물학 기반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나, 합성생물학 산업 발전으로 정착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지난 12월 경제산업성 주도 '바이오전략 2019'를 발표하는 등 바이오파운드리를 통한 바이오산업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OECD를 통해 바이오파운드리 동향을 주도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선전, 텐진에 대규모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햐 바이오를 미래 제조업으로 육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노력의 기저에는, 바이오기술 발전이 많은 경험과 노동력을 집약해 느리게 발전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을 극복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는 바이오기반의 제조업 뿐 아니라, 생물학적 위험에 대한 대처를 강화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요즘 우한이 화두다. 잘 발달한 교통을 중심으로 우한은 중국 내륙으로 이어지는 공업과 상업, 금융의 중심지다.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아직 예방 또는 치료 목적으로 승인된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앞으로도 이러한 생물학적 위험은 계속 도래할 것이다. 과연 우리의 대응 속도와 역량은 어떻게 커질 수 있을까? 새로운 발견을 기반으로 하는 생물학 연구와 달리 합성생물학은 속도와 규모,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통하여 기술적 대응력의 향상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2013년 미국 샌디에고에 본사를 둔 한 벤처기업이 네바다 사막에 트럭하나를 보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이 트럭은 사막에 고립된 채로 미생물을 분리해 유전체 서열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디지털화된 정보를 원격으로 실험실로 보냈다. 이 실험실에서는 디지털 정보만으로 오리지널 미생물 정보를 기반으로 합성해 이에 대한 자세한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성은 2018년부터 이러한 개념을 시스템화해 공공 바이오파운드리에서 유전자합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등 미국이 초기 합성생물학에서 확보한 주도력을 이어가는 전략을 실체화했다.
모두들 미래는 바이오에 있다고 한다. 바이오는 화학, 의약, 소재, 헬스케어 등 매우 다양한 과학 및 산업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은 개별적 아이디어가 고도화된 시스템 지원을 통해 효율화하고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도록 하는 수단을 마련한다. 지금 시스템과 기반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핵심이 될 것이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장 sglee@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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