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LF사태'로 확산된 금융권 불신, 신뢰 회복이 우선

[기자수첩]'DLF사태'로 확산된 금융권 불신, 신뢰 회복이 우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은행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뉴스를 보면서 제도권 금융도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제재 수위가 확정됐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사전 통보한 원안대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모두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제재심위 관계자는 “심의 대상이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 물의를 일으킨 중요한 사안인 점을 고려했다”면서 “다수 회사측 관계자와 검사국의 진술·설명을 충분히 청취하고, 사실관계와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매우 신중하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에서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제2, 3의 DLF 사태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이유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DLF 사태가 일으킨 파장은 컸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 산업에서 금융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나락으로 추락했다. 자신의 재산을 맡길 정도로 가장 신뢰해야 하는 금융사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신뢰가 아닌 실적 위주로 영업해 온 우리 금융 산업의 관행을 여실히 보여 주는 민낯 사례다. 실제 DLF의 경우 수익과 손실 간 불균형이 극심한 상품임에도 소비자에게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본 사항인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도 은행 직원이 '손실 확률 0%'라는 점만 강조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우리 국민의 금융권 신뢰도는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이 수요는 금융이 아닌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악순환도 발생하고 있다. 투자 행태의 경우 학습효과에 좌우되는데 빈번한 투자 실패가 금융 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학습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초래한다.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이다. 잘못된 관행이나 행태가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최우선이다. DLF 사태 과정에서 죄가 있다면 바로잡고 반성하는 등 나락으로 빠진 금융권 신뢰가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