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던 한국형 오컬트 무비'라는 수식어로 주목을 끈 하정우, 김남길 주연의 영화 '클로젯'(제작: ㈜영화사 월광, ㈜퍼펙트스톰필름 | 감독/각본: 김광빈)이 지난주 시사회를 열고 언론 및 일반 관객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새로운 시도와 유니크한 웃음 코드로 기존 공포물과는 차별화 된 작품을 만들고자 한 김광빈 감독의 연출 의지가 느껴졌다. 어둡고 무서운 배경이지만 캐릭터를 통해 코믹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등 기존 퇴마 영화들과 접근방식을 달리하며 신선함을 더했다.
또한 단순한 귀신이나 사탄 같은 흔한 소재가 아닌 한국 민담 속 요괴 '어둑시니'를 재해석 하면서 新캐릭터 탄생과 함께 공포 장르의 새로운 지평선을 열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클로젯'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 말고는 딱히 기존 오컬트 영화들과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하정우와 김남길은 극의 분위기와는 다소 이질적인 유머코드를 선보이며 브로맨스 코미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들을 자주 연출한다. 물론, 관객들 입장에서는 두 배우의 쿵짝 맞는 호흡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긴장감을 고조 시키고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장면마다 두 배우에게만 집중된 나머지 정작 극에 몰입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전체적인 흐름이 썩 매끄럽지 못하다.
하정우, 김남길 두 배우를 비롯한 출연진들의 연기를 비난하고 싶진 않다. 캐릭터의 특색을 충분히 잘 살렸고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지나치게 배우와 캐릭터에만 의존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뼈대인 스토리와 연출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라는 누구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이색적인 소재와 상상력을 좀 더 탄탄한 시나리오와 깔끔한 전개로 요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오컬트 공포 영화라 한들 공포물은 기본적으로 팽팽한 긴장감과 으스스한 공포감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클로젯'이 제 아무리 신선한 캐릭터로 무장하고 새로운 유머의 미학이 담겨 있다한들 공포 영화를 통해 조여드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일 뿐이다.
상영시간 98분. 15세 관람가. 2020.02.05 개봉.
전자신문인터넷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