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장악한 中 BOE, 반도체까지 넘본다

OLED IC칩 인력 모집 등 자체 수급 움직임

BOE 로고.
BOE 로고.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자체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반도체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등 칩 내재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BOE가 반도체 개발까지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IC) 회사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OLED 구동 IC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BOE는 회로연구원 모집 공고에서 '실리콘 기반 OLED 구동 시스템 (회로) 설계'를 역할로 제시했다. 또 '3년 이상 하드웨어 회로 설계와 디버깅(오류 수정)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OLED 구동 IC는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운영에 필요한 전류와 전압을 조절하는 칩이다. 화면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BOE는 또 다른 공고에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를 잘 다룰 수 있는 회로 엔지니어도 선발해 눈길을 끈다. FPGA는 사용자가 임의로 회로 속성을 바꿀 수 있는 칩을 말한다. 최근 인공지능 칩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실험용으로도 쓰인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제품 칩 테스트를 위해 관련 인력을 뽑는 것으로 보인다.

BOE 웹사이트의 회로연구원 채용 공고. <사진=BOE 웹사이트 갈무리>
BOE 웹사이트의 회로연구원 채용 공고. <사진=BOE 웹사이트 갈무리>

BOE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다. 최근 수년간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에 힘입어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BOE는 저가 패널 공습과 함께 2015년부터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 지원금을 더해 40억1650억위안(약 6837억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BOE는 LCD 드라이버 IC를 개발,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고 부품 수직계열화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공고는 LCD용 반도체 외에 OLED 패널용 칩까지 광범위하게 연구개발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BOE의 반도체 사업 확장 소식은 업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 국내 업체도 투자에 참여한 'ES윈'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BOE가 이 회사에서 OLED 패널용 IC 뿐만 아니라 터치 구동 IC 개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력도 끌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BOE는 현재 중국과 대만 업체들로부터 구동 IC를 수급한다. 하지만 LCD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확보한 회사가 관련 반도체 칩까지 내재화할 경우 적잖은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시장 진입 당시 상당한 가격 인하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던 것처럼, 반도체 가격과 공급 체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또 BOE의 칩 양산이 가시화할 경우 실리콘웍스, 매그나칩 등 국내 디스플레이 IC 설계 업체들의 중국 판로 확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업체는 아직 중국 업체와의 거래는 많지 않지만, 외판 확대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