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라믹 연구개발(R&D) 예산이 2년 만에 10배 이상 증액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세라믹 핵심 기술 개발 과제가 포함되면서 예산이 대폭 늘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고순도 세라믹 분말 개발 과제가 처음 포함됐다. 일본에 의존하던 세라믹 산업이 '가마우지형 산업구조'를 탈피할 지 주목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올해 세라믹 R&D 신규 과제 예산은 305억원으로 2018년 약 30억원(9개월 환산 기준) 대비 10배 이상 증액됐다. 2017년에는 예산이 17억원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세라믹 R&D 신규 예산이 8억원이었다. 올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예산이 확대되면서 세라믹 핵심 기술 개발 과제 예산도 대폭 늘었다.
세라믹은 열과 냉각 활동으로 마련된 무기 화합, 비금속 고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그간 우리 정부에서는 3D프린팅 차세대 공정에 쓰일 재료로 세라믹 기술 개발을 지원해왔지만 분말 등 핵심 기술은 일본에 의지했다. 이번 과제에 고순도 분말 개발까지 포함하면서 우리 기업이 산업을 키워도 일본 기업이 이득을 보는 '가마우지식 산업구조'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한 예로 '6나인(Nine:99.9999%)급 초고순도 합성 쿼츠 과립 분말 제조기술 개발' 과제는 불순물 함유가 거의 없는 6나인급 합성 분말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한 일본의 미쓰비시화학과 동일하거나 뛰어넘는 수준으로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이 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개발 공정에 소재로 쓰이는 세라믹 소재 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하면서 예산 폭도 크게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공정용 기능성 세라믹·금속박막 형성용 ALD 전구체 기술개발 △650℃ 이상 반도체 고온공정용 세라믹 히터 개발 △디스플레이 스퍼터 타겟용 금속·세라믹 제조기술 개발 △전자·에너지 산업용 나노분말 분쇄·분산을 위한 30㎛급 세라믹 비드 및 핵심 부품 개발 △350Wh/㎏급 세라믹 이차전지 제조를 위한 핵심 소재 개발 △항공·발전용 SiC 섬유강화 세라믹 복합체 개발 등 25개 과제를 지원한다.
이번에 신규 예산이 배정된 과제는 수행기간이 4~5년이다.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고 기술 확보가 시급한 세라믹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5년 이상 장기 R&D가 필요한 차세대 세라믹 핵심기술 개발과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세라믹 전문가는 “세라믹은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시장 중 하나로 이번에 빵으로 치면 밀가루와 같은 고순도 세라믹 분말 개발 과제가 포함됐다”면서 “향후 장기 R&D 정책 지원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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