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임대보증금 4억 5000만원을 받고 대출을 4억 5000만원 받아 10억원 상당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매입한 20대 등 편법 의심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국토부는 실거래 직권 조사권한이 부여되는 2월 21일부터 자금조달계획서 고강도 조사 대상을 서울에서 투기과열지구 31개 지역으로 늘리고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꾸려 직접 조사에 나선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서울특별시·금융감독원·한국감정원 등은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2차 결과를 4일 발표했다.
2차 조사는 1차 조사에서 마무리되지 않은 545건을 포함해 1333건에 대해 이뤄졌다. 전세금 형식을 빌려 가족 간 편법 증여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실거래가 대비 저가 양도로 증여세 탈루 등이 의심되는 사례 등 탈세가 의심되는 670건은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1차 조사에서는 532건이 적발됐으며, 국세청이 그 중 100여건은 조치했다.
대출규정 미준수가 의심되는 94건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새마을금고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대출취급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 등을 실시하여 규정 위반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에 적발된 의심 사례를 보면 부부가 시세 약 17억원 상당 아파트를 자녀에게 12억원에 저가 양도해 의심을 받았다. 자기자금이 거의 없는 자녀가 17억원 상당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차용증 없이 부모로부터 5억 5000만원을 차입한 사례도 나왔다.
대출 규정 위반 의심사례도 대거 확인됐다. 소매업을 영위하는 한 법인은 투기지역 내에서는 주택구입목적의 기업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는데도 상호금융조합으로부터 법인 주택담보대출 19억원을 받아 25억원 상당 아파트를 샀다.
전자상거래업을 영위하는 또 다른 법인은 가계 주택담보대출 7억원과 함께 개인사업자대출 5억원을 받아 사업목적과 관계없이 21억원 상당 아파트 매수에 사용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도 나와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A는 본인이 분양받은 아파트의 명의를 B로 변경했지만 주택자금 전체를 본인이 납부하고 현재 B의 세입자로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명의신탁으로 추정되는 사례다. 계약일 등을 허위로 신고해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한 3건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약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실거래 조사권한이 부여되는 2월 21일부터는 자금조달계획서 고강도 조사 대상지역을 확대하고 자금조달계획 증빙자료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와 같은 자금조달계획서 고강도 조사를 서울 25개 구에서 과천, 하남 등 '투기과열지구 31개 지역'으로 늘리고 3월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등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한다.
3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 거래 신고 시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항목별로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증빙자료는 국토부와 감정원이 관계기관과 함께 직접 검증하고 비정상 자금조달이 의심되는 경우 매매계약이 완결되기 전이라도 조사에 착수해 거래 전 과정의 자금조달 적정성을 모두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실거래 조사와 함께 집값담합 등 불법행위 대응을 전담할 조직도 보강한다. 2월 21일까지 국토부에 부동산 특사경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설치한다. 고강도 실거래 집중조사와 함께 집값담합, 불법전매 등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한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2차 조사에서 거래당사자의 자금 출처를 집중 조사한 결과 이상거래가 다수 확인된 만큼 향후 관계기관과 함께 실거래 신고된 건들에 대해 예외없이 조사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와 이상거래 근절을 통해 실수요자가 보다 두텁게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