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프에이, 이차전지 장비 시장 진격…김영민 대표 "스마트장비 기술이 미래 좌우"

“지금까지 스마트팩토리 산업은 생산관리시스템(MES)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도했지만 앞으로 진정한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실현하려면 장비 스마트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마트장비 기술 경쟁력을 갖지 못한 장비 기업은 2~3년 후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국내 제조업에서 스마트장비 기술은 아직 낯설다. 일부 자동차 부품회사 등에서 스마트장비 기술을 도입한 사례는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첨단 기술 끝판왕'으로 불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도입사례가 보이지 않았다.

국내 제조기업의 경우 대기업을 중심으로 MES나 ICT를 활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가 일부 있다. 하지만 핵심 제조 공정 데이터가 발생하는 제조 장비에 대한 지식 없이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처리·분석하는 프로세스로는 제조 현장에서 실시간 발생하는 폭발적인 데이터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 스마트장비 기술과 관련해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첫 시작은 이차전지 공정장비다.

김영민 에스에프에이 대표는 “지난 2년여간 자체 개발한 AI, 예지보전(PdM), 엣지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등 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술이 이미 상당한 완성 수준에 달했다”며 “이 중 AI를 이차전지용 검사기에 성공적으로 접목했고 이 경험을 반도체·디스플레이로 확산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또 “스마트장비 기술을 갖추지 않은 장비기업은 2~3년 후 생존에 큰 위협을 받을 정도로 스마트장비 기술이 빠르고 강력하게 생산 현장에서 혁신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 2년여간 스마트장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했다. 처음에는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M&A)을 검토했으나 결국 자체 개발로 선회했다. 김 대표 주도로 각 팀의 소위 '에이스'만 차출해 스마트장비 기술 개발 전담팀을 꾸렸다. 이 같은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에스에프에이가 장비 제조기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개발 역량을 갖춘 것이 주효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팩토리 요소기술 보유 기업을 상대로 인수를 검토했지만 스마트장비 기술과 제조현장을 모두 아는 기업은 없었다”며 “에스에프에이만큼 제조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없기에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제조에 최적화된 스마트장비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고 말했다.

에스에프에이가 글로벌 강점을 가진 물류자동화 장비는 전체 공장에서 특정 생산공정에 병목현상이 발생하거나 생산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전체 프로세스를 실시간 제어하는 SW 기술이 중요하다. 내부에서 육성한 SW 전문가를 바탕으로 스마트장비 기술 개발 인력을 영입하고 빠르게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면서 비교적 단기간에 양산 적용하는 성과를 냈다.

에스에프에이 직원들이 이차전지용 외관검사기를 가동해보고 있다. (사진=에스에프에이)
에스에프에이 직원들이 이차전지용 외관검사기를 가동해보고 있다. (사진=에스에프에이)

에스에프에이는 이차전지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AI를 접목한 외관검사 장비를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에 양산 공급했다. 첫 도전이었지만 상당한 성적을 냈다. 고객사 기존 외관검사기 검출률이 60%에 불과했으나 에스에프에이 설비를 적용한 후 검출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실제 검사라인에서는 불량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보다 불량이 아닌 제품을 불량으로 판단하는 과검출 사례가 훨씬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검사요원을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AI 기반 외관검사기를 도입한 후 검사라인이 대폭 간소해지고 검사품질은 높이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전기 안정성을 비파괴 방식으로 검사하는 엑스레이 기반 2D·3D 비파괴 검사기도 개발해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1분 내에 제품 내부 불량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설비를 개발했다. 기존 양산 라인에서 사용되는 외산 장비가 20여분이 걸리는데 비해 획기적으로 시간을 단축시켰다.

검사기 외에 배터리 화성공정에 사용하는 생산라인자동화 시스템도 양산 공급했다. 배터리 에이징(Aging)과 충·방전 단계에서 배터리를 운반·적재하는 용도다. 새로운 스태커 크레인(Stacker Crane)을 포함해 기존 시스템보다 두 배 이상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에스에프에이 이차전지 사업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수주금액이 2016년 7억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 672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수주액은 1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에스에프에이는 추가적으로 스태커 장비 및 디개싱 장비도 공급함으로써, 생산라인자동화 시스템뿐만 아니라 공정장비로까지 커버리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성장 잠재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팩토리 관련 요소 기술을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화물류 등 기존 사업에 이식해 전 사업 부문에서 획기적으로 기술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글로벌 종합장비기업으로 새로운 성장 역사를 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