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0>목적이 이끄는 혁신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0>목적이 이끄는 혁신

목적이 이끄는 경영. 이것만큼 경영의 본질을 대변하는 것도 없다. 수백권의 리더십 저서와 수천편의 논문이 이 주제에 매달렸다.

이것은 우리에게 '당신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나 실상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은 이 질문 앞에서 좌절한다. 위선이라며 냉소하기도 한다. “세상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번지르한 포장일 뿐이야” “주주도 내심 이것보단 배당에 신경 쓰지”라고 되뇐다.

정말 그런 것일까. 목적이란 실재 없는 기업 경영 포장지이자 수사학일 뿐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겐 구호에 지나지 않은 이것이 실재로 기업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더 높은 이윤으로 이끄는가. 거기다 조직을 통합시키고, 구성원에 동기 부여라는 선물까지 주는 것일까. 나아가 진정한 상상력의 원천인 것은 아닐까.

토머스 맬나이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와 찰스 다나라즈 미국 템플대 교수는 목적이 우리를 적어도 두 가지로 인도한다고 말한다.

첫째 기업을 자신만의 비즈니스 상상으로 이끈다. 두 기업을 한번 비교해 보자. 네슬레 푸리나와 페디그리란 브랜드로 유명한 마스 페트케어는 북미 시장 호적수다. 푸리나의 캐치프레이즈는 '함께할 때 더 나은'이다. 반면에 마스는 '더 나은 세상을 그들에게'다.

둘 다 반려동물 건강에 초점을 맞추긴 매한가지다. 그러나 목적이 지렛대된 결과는 달라졌다. 푸리나는 유기농 사료에 초점을 맞춘다. 마스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더 다양한 서비스로 바라본다.

광고만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푸리나는 원료 밀을 재배하는 시골 농장 풍경으로 시작한다. 데이브라는 재료관리 매니저의 일상을 비춰 준다. 반면에 마스는 '개를 위한 전용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면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우리의 해답은 견공 FM입니다.” 실재로 이런 라디오 방송국을 연다. 이름은 견공을 뜻하는 케이나인이란 발음을 따서 K9 FM으로 지었다. 방송국 소개는 더 기상천외하다. “K9 FM은 클래식 음악, 고전영화, 가상 소풍, 명상과 '인간에 관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둘째 고객 제안이다. '더 나은 세상을 그들에게'란 모토를 어떻게 구현할까. 2016년 마스는 애완견용 목걸이형 핏빗을 만드는 휘슬을 사들인다. 인공지능(AI)으로 심장박동수, 활동수, 건강 상태를 모니터한다. 아웃사이드-인이란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혼자만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힘겹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려동물 케어를 혁신하려는 어떤 벤처기업과도 파트너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2018년에는 1억달러짜리 벤처펀드도 만든다.

목적은 기업의 상상력을 만드는가다. 나는 그렇다고 본다. 마스가 밴필드, 블루펄, VCA 동물병원, 애니쿠라, 리네를 같은 반려동물 클리닉들을 인수했을 때 이런 선택이 끄덕여진 데는 마스의 지향점이 이것들을 상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내일 출근하면 임원을 불러 모아 한 가지 테스트를 해보자. 질문은 다섯 가지다. 첫째 목적은 성장과 수익성에 기여하는가, 둘째 전략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가, 셋째 핵심 가치를 형성하는가, 넷째 조직 역량 구축에 기준이 되는가, 다섯째 리더십 어젠다 가운데 하나인가. 만일 '아니다'라는 답이 많다면 당신은 목적을 지렛대 삼는 데는 아직 낙제점인 셈이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00>목적이 이끄는 혁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