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계업계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중국산 기계부품 대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부품 재고 파악에 나서는 한편 대체 업체를 찾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국산 기계부품은 전체 기계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물량이 많고, 기계 부품이 수천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일본·독일을 우회해서 들어오는 물량까지 면밀하게 공급망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일 기계산업진흥회와 자본재공재조합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1월 우리나라 기계산업 수입(금액기준)에서 24.0%로 전체 국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일반기계 25종 중 13종, 전기기계 9종 중 9종, 수송기계 9종 중 4종, 금속제품 8종 중 7종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했다. 정밀기계 5종은 중국 외 국가 수입이 더 많았다. 세부품목 총 56종 중 절반이 넘는 33종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셈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기계부품은 유압기기, 펌프·압축기, 금형·주형에서 자동차 부품까지 범위가 넓다. 주물·하네스 케이블 등 단순 부품 위주이지만 종류가 많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관련 기관, 협회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각 기업 부품 재고 파악에 나섰다. 부품 품목 수가 많은 기계산업 특성상 각 기업 구매팀에 일일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련 기관 관계자는 “각 기계 기업 구매팀에 문의해 부품 재고를 일일이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기계산업이 부품, 업종 범위가 워낙 다양해 영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계산업에서 다루는 부품만 수천종에 달한다”며 “협회와 기관 등을 통해 현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중국 공장 생산중단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위아, 현대건설기계 등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국내 기계업체는 9일까지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에 대비한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현재는 확보한 재고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워스트 케이스(worst-case)'를 대비해 대체 소싱 업체를 찾고 있다”며 “생산하는 기계가 일 평균 20대 수준으로 많지 않지만 오는 9일 이후에도 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계업계와 전문가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특히 큰 부품이 단순 부품 위주여서 우리나라 업체에서도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부품 생산이 장기간 차질을 빚으면 우리나라 기계산업 생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일본·독일 회사를 통해 우회로 들여오는 기계 부품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경우도 있어 면밀히 공급망을 파악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심풍수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 기계 업체는 주로 주물로 만든 몸체를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이는 국내 업체에 생산 증액을 주문하면 된다”면서도 “일본이나 독일에서 부품을 들여왔는데 알고보면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도 많다. 이 같이 우회해서 들어오는 것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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