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천연물, 신약 개발의 오아시스

[과학산책]천연물, 신약 개발의 오아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우려가 크다.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발생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류는 지금까지 수많은 약을 개발했고,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처럼 신약 개발이 절실한 경우가 많다. 새롭게 나타나는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 미세먼지 등 환경변화에 기인한 새로운 질환,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 등이 함께 포함된다.

하지만 신종 질병의 경우 백신, 치료제 개발의 사업성이 낮아 신약 개발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종 바이러스 등 감염병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어 불안감을 해소하고, 근원적인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공공자금의 투입과 산학연, 병원이 의기투합해 융합연구로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질병의 위협은 유사 이래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인류는 자연에서 많은 해법을 찾았다. 비타민이나 페니실린을 비롯한 항생제의 발견으로 인류는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했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물질을 통칭해 천연물(天然物)이라 일컫는다. 천연물은 단세포의 세균에서부터 다세포의 고등 식물이나 동물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살아있는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천연물은 예로부터 전통의학의 원료와 같이 인류에 유용한 물질을 제공하는 보고(寶庫)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천연물을 활용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2003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천연물 연구가 활성화됐다.

그동안 8개의 천연물신약과 600건이 넘는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가 개발됐다. 자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천연물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의 국내 시장은 연간 각각 1조5000억원, 4조원 규모다. 천연물 세계 시장이 300조원 규모를 상회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제품의 세계시장 진출이 활성화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지구촌은 신약에 목말라 있다. 버드나무로부터 아스피린(진통제), 푸른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항생제), 주목나무로부터 탁솔(항암제), 개똥쑥으로부터 아르테미시닌(항말라리아제) 등의 오아시스 발견이 이어졌다. 세계에서 개발된 신약 50% 이상이 천연물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 천연물 연구개발도 그 동안의 작은 샘물들을 성공적으로 찾았던 경험을 발판으로 지구촌의 갈증을 해소할 큰 샘물의 발견에 뛰어들 때가 됐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하려면 약물의 작용기전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하며, 원료 물질을 균일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연구개발을 지원할 제도와 인프라, 자금이 필요하다. 필자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정부출연연구소의 인프라, 대학의 연구 인력과 더불어 그 동안 분산적이었던 정부와 기업의 투자를 집중해 국가적인 천연물 의약품 파이프라인 구축을 제안하는 바다.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지구촌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할 오아시스 발견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판철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인포매틱스연구센터장 panc@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