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도 백화점도 상점가도 온통 비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공포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유통 기업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시진핑보다 코로나가 먼저 올 줄 누가 알았겠냐”며 애써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얼굴엔 우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포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영향을 미쳤다.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기피하면서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은 30% 감소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백화점이 방역을 이유로 일제히 하루 문을 닫기로 했다. 영업이 곧 매출과 직결되는 백화점들이 자진해서 휴점을 택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은 신종 코로나로 말미암은 피해보다 그후 닥칠 변화에 대하여 더 크게 불안하고 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소비 시장의 무게 추는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오프라인 유통은 급격히 쇠락했다. 올해는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며 절치부심했지만 불과 한 달도 안 돼 황망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 상황에서 고객이 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다녀가 임시휴업에 들어간 한 대형 유통매장은 재개장을 결정하기까지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거쳤다. 방역도 철저히 했고, 보건 당국으로부터 다시 열어도 된다는 사인도 받았다. 그러나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유통매장 관계자는 “당장 매출보다 고객의 불안감 해소가 중요했다. 이번 사태가 끝난 후에도 떠나간 고객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그게 가장 두렵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온라인 쇼핑몰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처럼 이제는 신종 코로나가 오프라인의 반격 기회조차 앗아갈까 우려하는 목소리다.
갑작스러운 사태에도 유통 기업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기민했다. 손익을 따지기보단 빠르게 결정하고, 고객과 직원들의 불안감 최소화에 주력했다. 전 직원에게 마스크를 제공하고, 판매가를 올리지도 않았다. 우한 교민들이 귀국했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생필품을 지원했다.
어려울 때 쌓은 신뢰가 진가를 발휘한다. 당장은 어려워도 모범을 보여 준다면 고객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소비자 역시 막연한 불안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 유통 기업의 진심을 응원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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