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김승주·박성윤 부장판사)는 6일 이씨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형량은 같지만 원심에서 내려지지 않았던 보호관찰 4년과 약물치료 강의 수강 40시간이 추가로 명령됐다.
재판부는 “대마를 포함한 마약류는 환각성, 중독성이 있어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매우 크다”며 “특히 대마 수입 범행은 최근 국제적, 조직적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 사회와 구성원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높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은 범행 일체를 시인하고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뜻을 다짐하고 있다”며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초범이고 피고인이 수입한 대마는 모두 압수돼 실제 사용되거나 유통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마약 범죄의 경우 범행 횟수와 방법, 규모 등에 비춰 따로 보호관찰 등의 보완 처분을 할 필요성이 있고, 유사한 다른 사례들과의 형평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교통사고 후유증과 평소 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정상도 참작했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액상 대마 카트리지 20개, 대마 사탕 37개, 대마 젤리 130개 등 변종 대마를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LA 등지에서 대마 카트리지를 6차례 흡연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으며,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씨에게 중형인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씨는 지난달 7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고 직장 동료들에게 실망을 안겨줘 한없이 반성한다”며 건강 등을 이유로 1심의 집행유예 판결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씨의 부친인 이재현 그룹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손으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후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5월 식품전략기획1팀 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이 씨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정장 차림으로 법률대리인과 함께 법원에 들어섰다. 법정 안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선고 순서를 기다렸다. 선고 후에는 상기된 얼굴로 법정을 나섰으며 현재 심정과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법원을 떠났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