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윤곽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크게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구 현장은 정부의 뚜렷한 로드맵 마련과 조속한 사업 추진을 바라지만 정부는 조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은 지난해 불붙은 이슈다. 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계기로 방사광가속기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핵심 연구시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방사광가속기는 빔을 이용한 상호작용으로 물질 성질을 분석한다. 갖가지 소재 분야 산업현장에 쓸 수 있다. 포항에 3·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가 있지만 노후화와 이용 포화 탓에 새로운 4세대 원형 가속기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슈였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 새로운 방사광가속기 구축과 관련해 “과학·산업계 수요 증가를 알고 있다. 로드맵을 마련해 개념 설계와 필요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
개념설계 작업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외 사항은 대부분 아직 안개 속이다. 새로운 가속기 구축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확정한 것은 아닌 상황이다.
연구 현장은 속이 탄다. 지금 당장 첫 삽을 떠도 건설과 설비 최적화에 5~6년에 걸리기 때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나 구체적 입지 선정 등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과정이 많다는 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착수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특히 입지의 경우 미리 유치 의사를 밝힌 지자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결정이 미뤄질수록 갈등 기간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한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은 “방사광가속기는 부품 제조사가 한정돼 있고 현재 구축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곳도 많아 자칫하면 완공시점이 대폭 늦어질 수 있다”며 “하루 빨리 관련 내용을 명확히 하고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방사광가속기 윤곽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방사광가속기를 포함해 모든 가속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은 방사광 가속기 구축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많이 늦어졌지만 곧 로드맵이 나올 예정으로, 과학계와 산업계 등 우리나라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